갑질 대한항공 불매운동 본격화...아시아나 호재로 작용할 듯
태극 마크 회수 청원 봇물, 주가 곤두박질…아시아나 "아직 잘 모르겠다" / 정인혜 기자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대한항공이 막대한 이미지 타격을 입은 가운데, 경쟁사 아시아나 항공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 항공이 ‘반사 이익’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 13일. 조 전무는 이날 대한항공 본사에서 자사 광고대행사인 A 업체와 회의 도중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 내부 고발자는 조 전무가 회의 중에 A 업체 광고 팀장에게 욕설과 함께 물컵을 던졌다고 폭로했다. 조 전무는 A 업체 직원이 영국편 광고와 관련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에 대한 애착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면 안 됐는데 제가 제 감정을 관리 못 한 큰 잘못”이라는 사과문에도 여론은 쉽게 수그러지지 않았다.
이전에도 조 전무가 직원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의 음성이 담긴 4분 22초 분량의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에서 조 전무로 추측되는 인물은 누군가에게 "에이XX 찍어준 건 뭐야, 그러면?"이라며 "누가 모르냐고 사람 없는 거!"라고 소리를 질렀다.
해당 여성은 계속해서 괴성을 지르며 "난 미치겠어!", "진짜 니가 뭔데!", "왜 집어넣어!", "아이씨!" 등의 막말도 거침없이 해댔다. 제보자는 조 전무가 ‘아버지뻘’의 회사 간부 직원들에게도 막말을 해왔다며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기 뜻과 다르면 화를 냈고 욕은 기본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성난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이어졌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의 이름을 바꾸고 태극마크를 박탈하라”는 청원이 500여 개 올라온 상태다. 한 청원인은 “대한항공의 이름과 로고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국가 브랜드”라며 “개인 기업의 브랜드 가치보다는 국가의 이미지 타격이 심각한 바, ‘대한’이라는 단어와 태극문양을 사용하지 못하게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한항공의 브랜드 이미지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대한항공 대신 경쟁사 ‘아시아나’를 이용하겠다는 의견도 상당수 눈에 띈다. 지난 16일 가수 이지혜가 올린 “이제 아시아나로 갈아타야지”라는 글은 인스타그램에서 3300여 개의 추천 수를 올리며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해당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승객들의 대한항공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여행업계의 전언이다. M 여행사 직원 장모(30, 부산시 중구) 씨는 “이미 예약한 항공권을 굳이 취소하는 사례는 없어도, (갑질 논란 이후) 대한항공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오늘도 패키지여행 상담을 받으러 오신 고객 두 분께서 ‘대한항공은 타고 싶지 않다’고 콕 찍어 말씀하셨다”고 귀띔했다.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경찰의 한진그룹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19일, 대한항공은 전일 대비 2.91% 하락한 3만 3400억 원, 대한항공이 출자한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는 4.38% 내린 3만 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한항공, 진에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 한진칼 등 3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 11일 6조 1780억 원에서 이날 5조 4190억 원으로 폭락했다. 갑질 논란으로 7500억 원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주가가 금방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물론 있다. 지난 2014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불거진 직후 대한항공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건이 발생한 당해 12월 12일 이후 지난 2015년 2월 12일까지 대한항공의 주가는 1.80% 상승했다.
대한항공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도 낙관론에 따르는 근거 중 하나다.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항공사인 만큼 ‘마일리지’에 따르는 충성고객 수가 만만치 않다.
대한항공을 주로 이용한다는 주부 김모(52) 씨는 “오너 일가 태도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떡하냐”며 “대한항공 이미지는 나빠졌지만, 마일리지가 있어서 쉽사리 다른 항공사로 갈아타지는 못할 것 같다. 마일리지 다 쓰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경쟁사 아시아나 관계자는 "아직 관련 통계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관측되진 않는다”며 “본사에서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정확한 통계치도 없다”고 입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