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봉?" 온갖 트집잡아 보증금에서 까는 얌체 주인들
스티커 붙였다며 일방적으로 현관문 교체하곤 "물어내라"..."물정 모른다고 횡포 부려서야" 원성 / 김민성 기자
대학가 원룸 촌의 학생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이 늘어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대처 방법을 제대로 몰라 집주인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수용하기도 해 세입자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혼자 자취하는 휴학생 김민재(22, 경남 양산시) 씨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집주인과 보증금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집주인에게 돌려받은 보증금이 30만 원이 모자라 김 씨가 이에 대해 집주인에게 문의하자, 돌아온 대답은 '현관문 교체 비용'이라는 것. 김 씨는 "계약 기간 동안 살면서 현관문에 스티커를 붙여 놨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대문 한 짝을 말도 없이 교체한 적이 있다"며 "스티커를 직접 떼려 했으나 이미 집 문을 교체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집주인이 이전부터 문을 바꾸고 싶어하던 차에 내가 마침 스티커를 붙여놔 트집이 잡힌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러나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데다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도 몰랐던 김 씨는 결국 3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집을 수리하고 그것을 세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받아낸 집주인의 행동은 분명 불법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소송 등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고 시간 낭비로 그칠까봐 집주인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도 그저 속만 태우고 있다.
부산 부경대 근처 원룸에서 거주했던 차석준(22, 부산시 남구) 씨는 보증금을 받는 과정에서 거의 100만 원 이상을 깎였다고 토로했다. 차 씨는 "집주인이 벽지가 살짝 찢어진 것을 보고 변상을 요구했고, 화장실 바닥을 다 뜯어서 타일 공사를 해야한다며 보증금에서 그 금액을 빼고 주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후 차 씨는 수리견적서와 영수증을 집주인에게 요구했지만 "그런게 어딨냐"는 집주인의 답변뿐이었다.
차 씨는 "벽지가 조금 찢어졌다고 해서 화장실 바닥까지 공사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눈 뜨고 돈을 뜯긴 기분이다. 진짜 수리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차 씨는 또 "내가 집을 훼손했다는 증거도 없어 마음 같아선 당장 소송하고 싶은데 그럴 돈도, 용기도 없어서 그냥 잊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블로그 '직방칼럼 포스트'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해결법으로 먼저 집주인에게 보증금 지급을 명확하게 요구하고, 그럼에도 집주인이 원상 회복을 주장하며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수리견적서와 영수증을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요청이 거부될 시에는 소송 등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대학생 오유람(23, 경남 양산시) 씨는 집주인과 함께 집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 씨는 "집을 빼기 전에 집주인을 불러 화장실, 침대, 벽 등을 확인시켜 줬다"며 "트집 잡는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로잡을 수 있어 보증금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도슬기(22, 경남 양산시) 씨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도 씨는 "학생들이라고 돈을 뜯어가는 나쁜 임대인도 많지만 내가 만난 주인 아주머니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관대했다"며 "의도적이건, 실수건 임차인이 집을 훼손했을 시엔 당연히 임차인이 수리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