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신드롬'.. 로고 박힌 ‘종이 쇼핑백’도 사고판다

한 장에 2~3만원에 거래, "얼마나 명품 갖고 싶었으면..."

2015-09-22     취재기자 하다빈
대학생 성모(22,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 씨는 며칠 전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명품 종이백 팝니다”라는 글을 보게 됐다. 성 씨는 ‘명품 종이백’이 처음에는 카우치나 샤넬 같은 명품백을 종이로 모방한 일종의 ‘종이공예품’ 같은 가방인줄 알았다. 가격이 2-3만 원 정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 씨는 곧 인터넷에 판매를 목적으로 올라온 명품 종이백이 명품을 살 때 넣어주는 ‘종이 쇼핑백’임을 알게 됐다. 대개 그 명품을 넣어주는 종이 소핑백에는 명품 회사 이름이나 회사 로고 등이 그려 있게 마련이다. 성 씨는 그 글을 보고 너무나도 황당했고, 심지어 사겠다고 댓글을 산 사람들도 있어 놀랐다. 그녀는 “명품 살 돈이 없으니 이런 식으로 명품이 들었던 종이 쇼핑백을 몇 만원에 사서라도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나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비싼 명품을 대신해 과시용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한 때 명품이 들어 있던 일명 ‘종이 명품백’이 유행하고 있다. 명품은 젊은 여성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가방을 비롯해서 신발 등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억’ 소리 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들을 위해, 가격이 저렴하고 겉모습도 실제 명품과 별 차이도 없는 ‘짝퉁 명품’이 유행했다. 하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에 밝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 짝퉁 명품을 들고 다니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통하게 됐다. 결국 젊은 그녀들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명품의 포장지에 해당하는 명품 종이백을 구입하는 풍조가 등장하게 됐다. 이미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명품 종이 가방을 파는 글들이 1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직장인 강모(26, 경남 통영시 동호동) 씨는 취업하면 제일 먼저 명품 가방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각종 얼마 되지 않는 신입사원 초봉으로 명품백 구입은 꿈도 못 꾸는 상태다. 그녀는 인터넷을 서핑하다 우연히 명품 종이백을 파는 것을 보고 사게 됐다. 강 씨는 “처음엔 명품 종이 가방을 사는 것을 망설였는데, 가끔 외출용으로 명품백이 담겼던 소핑백을 들고 다니면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대학생 정모(22,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이러한 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단순히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포장지나 다름없는 종이 쇼핑백을 몇 만원이나 주고 사는 것은 돈 낭비라는 것이 정 씨의 입장이다. 그녀는 “명품이 들었던 종이 쇼핑백을 3만원이나 주고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렴한 예쁜 가방을 사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백화점 매장에서 명품을 사면 무료로 제공되는 종이 쇼핑백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유료로 유통되면서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는 것이다. 매장에서는 종이 쇼핑백만 따로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매물이 된 명품 쇼핑백이 품귀 현상을 빚은 것이다. 부산의 한 백화점 내 명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윤모(22,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씨는 실제로 명품을 넣어 주는 종이 쇼핑백만 사면 안 되냐고 부탁하는 손님들이 한 달에 4~5명 정도 있다고 전했다. 윤 씨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종이 쇼핑백만 판매하지 말라고 회사로부터 교육받고 있기 때문에 종이 가방만 팔지는 않는다”고 덧붙혔다. 회사원 안모(50, 울산시 중구 태화동) 씨는 요즘 젊은이들이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종이 쇼핑백까지 사서 다니는 것은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 씨는 “우월감 하나 때문에 명품 종이백을 산다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행동이다. 차라리 명품 종이백 살 돈으로 그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