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과 삼각김밥이 전부였는데"...음식점같은 편의점 어디까지 진화할까

닭강정, 속이 꽉찬 김밥, 반찬 9가지 든 도시락...넓은 휴게공간에서 식사 가능 / 안소희 기자

2018-04-30     취재기자 안소희
간단한 요깃거리를 팔던 편의점이 휴게공간까지 갖춘 간이식당으로 변신했다. 반찬이 9가지로 늘어난 고급 도시락이 등장하는가 하면, 치킨, 군고구마도 주요 메뉴로 자리잡았다. 편의점을 방문한 손님들이 구석에서 선 채로 컵라면을 먹던 모습은 찾아 보기 어렵다. 고객들이 넓어진 휴게공간의 의자에 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편의점의 새로운 풍경이 자리잡았다.
부산 경성대와 부경대 인근 편의점들은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에 대학생들로 붐빈다. 식사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메뉴 가운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닭강정이나 닭꼬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요깃거리라고 해봤자 기껏 컵라면이나 샌드위치, 손바닥보다 작은 삼각김밥이 전부였다. 하지만 고급 도시락과 손색이 없는 알찬 도시락도 얼굴을 내밀어 단골 손님을 확보하고 있다. 대학생 김성훈(23, 부산 부산진구) 씨는 “편의점 공간이 식당처럼 넓어져 놀랐다”며 “예전에 편의점 구석에서 눈치를 보면서 음식을 먹곤 했는데 요즘은 휴게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앉아서 여유있게 식사를 하니까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디저트를 즐겨 먹는 안태욱(20, 부산 서구) 씨는 빵집이나 카페보다 디저트가 싸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 그는 “편의점 케이크가 아직은 전문 빵가게의 품질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떠먹는 케이크는 빵집보다 4배 가량 싸 가성비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평소 편의점을 자주 가는 서수정(35, 부산 서구) 씨는 요즘 편의점 음식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나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서 씨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 먹다 보면 속재료가 거의 없고 거의 흰밥 뿐이었는데 지금은 전문점처럼 참치, 고기, 당근 등 속이 꽉 차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매출 추이를 보면, 편의점에서 얼마나 많은 음식이 소비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편의점 점포는 작년에 비해 3709개가 늘었다. 또 편의점 매출 중 식품 매출 비중이 52.5%로 절반을 넘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수민(20, 부산 부산진구) 씨는 “식사 시간이 아니어도 먹을 것을 사서 매장의 휴식공간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과거엔 음식을 사가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즉석에서 음식을 먹는 손님의 비율이 사가는 손님들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박소윤(22, 부산 남구) 씨는 최근 바쁠 때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요즘 편의점에는 의자아 테이블이 등장했다. 박 씨는 "예전에는 편의점 식대 앞 좁은 공간에서 두세 명이 함께 식사하는 일은 매우 불편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5명이 앉아서 음식을 먹어도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의점이 서비스를 더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아명(22, 부산 북구) 씨는 “편의점 음식이 값은 싸지만 위생적인 면에서는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작년에 편의점 도시락을 만드는 곳에서 거미줄이나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음식을 자주 사먹는다는 김연주(23, 부산 동구) 씨는 “편의점 음식이 철저한 위생관리에 실패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