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 폭주…자유한국당 '난색' 더불어민주당 '호재'

한국당에선 "홍준표 사퇴해야" 주장도…막말 정치 부메랑 맞나 / 정인혜 기자

2019-05-04     취재기자 정인혜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이 바르면 말도 바르게 나오고, 생각이 나쁘면 말 또한 거칠게 나온다는 의미다. 요즘 국민의 관심이 한 정치인의 말에 쏠려 있다. 주인공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6·1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둔 가운데 홍 대표는 수위 높은 막말을 쏟아내며 폭주하고 있다.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다. 같은 당 내부에서도 홍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홍 대표가 막말의 아이콘이 된 시점을 지난 대선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하지만 그의 막말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계속돼왔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 2011년 여기자에게 반말로 위협을 가한 일이다. 당시 홍 대표는 불법자금 유입과 관련해 질문한 여기자에게 “그런 거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 있어.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홍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언론인에 대한 격한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가 무색하게 그는 같은 해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며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사과를 요구하는 학생들에게는 “농담”이라고 해명했다. 그해 11월에는 “이달 안에 FTA 비준안을 처리하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의 아구창을 날리기로 했다”고 말했다가 역시 “농담”이라고 해명했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방송사 경비원에게 던진 막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홍 대표는 아버지의 직업이 경비원이었다는 것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자신에게 신분증을 요청한 방송사 경비원에게 “넌 또 뭐야. 니들 면상을 보러 온 게 아니야. 너까짓 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의 아들’이었음을 내세워 서민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했던 행보를 떠올리면 사뭇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홍 대표의 막말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정점을 찍었다. 홍 대표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정한 듯 막말 능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장인 영감탱이’ 발언으로 패륜 논란에 불을 지핀 그는 아내를 ‘촌년’이라 지칭, “줄포 촌년이 출세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살인범은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않는 게 TK 정서”, “나 대통령 안 되게 하려고 온갖 지랄” 등의 발언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내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폭격도 이어졌다. 홍 대표는 “노무현은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없는 사실을 뒤집어 씌우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해 보겠다”고 분기탱천했다. 지난 2011년 내놓은 “노무현 이후로 개나 소나 다 대선에 나온다”는 발언도 유명하다. 대다수 국민들이 그를 힐난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속 시원하다’는 호평도 있었다. 극우 성향 유권자들은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말을 코카콜라에 빗대어 홍준표 + 코카콜라란 뜻으로 ‘홍카콜라’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다만 최근 홍 대표 발언에 대한 반응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지방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홍 대표를 성토하는 말이 나오고, 홍 대표의 집중 포화 대상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홍 대표의 막말을 반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우리에게 홍준표 대표는 산타클로스”라는 말도 나온다. 홍 대표의 막말이 오히려 여권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부터 급류를 타고 있다. 홍 대표는 대다수 국민과 외신이 극찬한 정상회담에 대해 ‘위장평화쇼’라 평가 절하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언론이 입을 모아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처럼 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비정상적인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진 이면에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색깔론도 빼놓지 않았다. 이후 경남 창원에서 자신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대를 보고는 “창원에 원래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 대표는 “경상도에선 반대만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빨갱이 같다’고 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과거 ‘농담’이라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한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78.3%에 육박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에는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나보다”라는 발언도 내놨다. 브레이크 없는 막말 질주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홍 대표에 대한 거센 비판과 함께 사퇴론까지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강길부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바라던 당 혁신, 인적 쇄신, 정책 혁신은 온데간데없고 당 대표의 품격 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특히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당 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고 홍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 의원은 “중진들 사이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여러 번 있었다”며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홍 대표가 자기 지역에 안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부지리’로 이득을 챙기는 쪽은 민주당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현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표가 급한, 민심의 무서움을 아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며 “홍 대표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비난하고 막말을 멈출 생각이 없으니 선거를 생각하면 우리 당으로서는 웃어야겠지만, 국가의 품격과 수준 낮은 정치의 현실을 목도할 국민들을 생각하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다른 정당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온다. 홍 대표에 대한 악화된 여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일 당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해당 지역구 절에서 홍 대표의 연등을 걸고 홍 대표 종신대표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지시가 내려온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적 정파적 이익만 생각하면 민주당의 엑스맨(첩자)인 홍 대표가 종신대표를 하는 게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지지율 높이는데 홍 대표가 필요하다고 해서 홍 대표를 계속 감싼다면 민주당도 홍 대표와 함께 평화의 적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