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학내주점 금지령’에 "술없는 축제 무슨 재미" 불평

교육부, 전국 대학에 주세법령 준수 협조 공문...일부에선 "바람직한 조치" 환영하기도 / 조윤화 기자

2019-05-05     취재기자 조윤화
5월을 맞아 전국의 대학가가 본격 축제 시즌에 접어든 가운데, 국세청과 교육부의 규제 강화로 학교 축제의 꽃으로 불리는 ‘학생 주점’이 존폐위기에 놓였다. 교육부는 지난 1일 국세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아 전국의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를 제목으로 하는 공문을 보냈다. 축제 기간 동안 주류 판매 허가 없이 주점을 운영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니 예방 차원에서 협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학생 주점의 불법 운영 논란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법상 대학의 노상 주점은 예나 지금이나 불법이다. 주류 판매 면허를 정의하고 있는 주세법 8조에 따르면, 술은 관할 세무서장의 면허를 받은 허가 사업자만이 팔 수 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술은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학생 주점은 축제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열리는데다,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어서 정부에서도 불법 운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쉬쉬 넘어갔다. 정부가 유독 올 들어 대학가의 불법 주점 운영에 칼을 빼든 까닭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사건 때문이다. 지난 4월 국세청은 인천의  A 사립대학에서 축제 기간에 주점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제보받아 단속에 나섰다. 조세금융신문에 따르면, 국세청의 조사 결과 학생 주점에 술을 납품한 주류도매업자 측에게만 과태료를 물리고 사안을 종결했다. 당시 학생들에게 물린 과태료나 벌금은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을 시작으로 A 대학만 단속하고 다른 대학이 주점을 운영하는 것을 당국이 두고 본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국세청의 협조요청으로 교육부가 전국대학에 공문을 보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정부의 대학축제 주류 판매 규제 강화 방침을 놓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지난해 여러 대학의 학생 주점을 탐방하는 재미에 빠졌던 대학생 김동아(22, 부산시 연제구) 씨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씨는 “올해도 여러 대학을 다녀볼 생각이었는데 아쉽다”며 “(주류 판매가) 불법이라니 할 말은 없지만, 학생 주점을 폐쇄하기보다는 축제 기간에 한해 총학생회에만 술을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김지현(22, 부산시 남구) 씨는 해당 소식을 반겼다. 지난해 축제 기간에 열린 학생주점이 기숙사와 가까운 데서 진행돼 심야까지 이어진 고성방가로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작년에 새벽 1시 넘어서까지 들리는 고함소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올해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라며 “축제가 끝나면 술은 근처 술집에 가서 마시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각 학교의 총학생회 측은 교육부의 공문에 따라 각기 대응 마련에 나섰다. 건국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3일 ‘관련 법령에 따라 부스 신청자를 포함한 등록되지 않은 사업자의 상행위는 일체 불가하다’고 임시중앙운영위원회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유니스트(UNIST)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를 통해 “축제 기간 동안 주류를 판매하지 말아달라”고 하면서도 “외부 매장에서 구매해 소비하는 것은 괜찮다”고 절충안을 발표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대동제에서의 주류 판매 금지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고지했다. 다만, 연세대 총학생회는 “주점행사는 오랜 기간 진행돼온 전통적인 대학생 축제라는 사실을 감안해주면 좋겠다"며 “대학 축제 기간 임시적으로 주류 판매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더라라면 적법한 상태에서 예년처럼 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