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지켜주세요” 어린이 교통사고 절반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 71명 중 44명...전방주시 태만, 운전 중 휴대전화 치명적 / 신예진 기자
2018-05-05 취재기자 신예진
운전자의 전방 주시 태만이나 운전 준 휴대전화 사용 등 ‘작은 교통 위반’이 치명적인 어린이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들이 야외활동이 잦은 5월, 그 어느때보다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4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1만 1264건의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6174건(54.8%)으로 가장 많았다.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은 운전에 집중하며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는 운전자의 기본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다. 이는 도로교통법 49조에 명시된 전방 주시 태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을 위반한 행위다. 일반적으로 작은 위반에 속한다.
운전자에게는 사소하지만 작은 교통 위반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2016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 71명 중 운전자 의무위반 행위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는 총 44명이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62%에 해당한다. 부상자는 전체 1만 4215명의 53%인 7659명이었다.
다만 중과실에 속하는 큰 위반들은 어린이 교통사고에서 비중이 적다. 교통공단 조사 결과, 신호위반 11.1%, 안전거리 미확보 7.3%, 중앙선 침범 3.8%, 과속 0.3%로 나타났다.
의무 위반 행위가 유독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은 키가 작아 운전자의 사각지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운전자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공놀이를 등을 하다 변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충동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아이들이 돌발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피할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것. 도로교통공단 김진형 교수는 “아이들은 정서 구조상 충동성 및 몰입성향이 강해 도로 위로 갑자기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녹색 보행등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심리도 사고를 유발한다. 녹색 보행등이 켜지면 전후좌우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넌다는 것. 6세 아이를 둔 박은정(32, 경남 창원시) 씨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좌우를 살피고 손을 들게 하지만 가끔 아이가 기분이 좋거나 흥분하면 무작정 내달리기도 하더라”라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 3일 ‘어린이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스쿨존을 적용하는 지역을 대폭 늘렸다. 지금은 일정 규모 이상의 어린이 집과 학교, 사설학원 주변에만 스쿨존을 지정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어린이집과 학원 근처는 스쿨존으로 지정된다. 스쿨존에 있는 과속방지턱이나 무단횡단 방지용 안전 울타리도 확충된다. 보도가 없는 스쿨존 816곳에는 올해 안에 보도가 깔린다.
각 지자체별로 ‘스쿨존 교통사고 ZERO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도로교통공단, 부산시 교육청, 충남교육청 등이 각 도 경찰청과 함께 어린이들의 안전과 교통 문화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학교 정문 앞에서 ‘횡단보도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등 현장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주의'가 가장 효과적인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운전자가 기본의무를 지키지 않고 한눈을 팔면 돌발 상황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지키고 차량 출발과 주·정차 전 주위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