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가스료 사건,' 대학가 원룸에도 있다

건물주의 일방적 관리비 책정...정해진 규율 없어 혼란 그 자체

2015-10-02     취재기자 배현경
김부선 가스료 부당 사용 폭로 사건이 전국적 화제다. 대학가 주변의 원룸 사회에도 전기료나 난방비 등 관리 비용 부과를 놓고 시비가 일고 있다. 입주 학생들은 쓰지도 않는 비용을 내야하는 등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라.” 현재 대학가 주변의 자취생들에게 이 말이 지금 통용되는 규칙이다. 계약이 만료돼 집을 옮길 때마다, 자취방 규칙이 달라지고, 자취생들은 거기에 따라야 하는 현실 때문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부산의 한 대학가 B원룸에서 1년째 거주 중인 대학생 신현정(24,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매번 원룸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신 씨가 사는 원룸의 냉난방비 부과 방식은 각 집에서 사용한 만큼 내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한 건물에서 나온 냉난방비를 입주자 수로 나누는 방식, 즉 1/N 부담 방식이다. 신 씨는 “지난 겨울 돈을 아껴보겠다고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안고 자기까지 했는데, 다 헛수고였다”며 “더 화나는 건, 계약 당시, 내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거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시 D원룸에 거주한 지 6개월 된 대학생 이하나(23, 서울시 개포동) 씨는 언니 직장 덕분에 대학가 주변이 아닌 곳에 원룸을 얻었다. 이 씨가 사는 원룸에서는 각 집에서 사용한 만큼 전기료 등을 내긴 한다. 하지만, 건물주는 지로 영수증이 아닌 건물주 자신이 임의로 만든 고지사에 낼 금액을 적어 각 집 앞에 붙인다. 건물주가 임의로 금액을 책정해주는 것이다. 이 씨는 “내가 사용한 양만큼 정확하게 부과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며 의문점을 제시했다.
부산의 한 대학가 H원룸에 3년째 거주 중인 대학생 이태호(27,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원룸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정수기 운영비를 1/N로 부담한다. 이 씨는 계약 당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 복학 시기에 맞춰 급하게 집을 구하느라, 제대로 따져보지 못하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 씨는 “방학 동안 고향에 내려 가 있었는데, 그 동안 내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정수기 사용료가 부과되어 있었다”며 “물먹는 비용이라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건 일방적인 계약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과 부산의 원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시빅뉴스가 취재한 결과, 어느 곳에서는 전기세를 공동 부담하고, 어느 곳에서는 수도세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등, 부과방식이 천차만별로 다양했다. 이는 건물주가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규칙 때문인데, 보통 계약 전에 건물주가 입주자에게 계약서 세부 내용을 일일이 알려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계약 후에 불합리한 점들을 알게 되었다 해도 법률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잘잘못을 잘 따지지 못한다. 부산의 대학가  I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장소민(24,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씨는 공유기 사용이 무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 씨는 “전에 살던 원룸에서는 인터넷 데이터 이용을 명목으로 매달 5000원씩을 냈는데, 여기서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가 E원룸에 1년째 거주 중인 임민경(20, 서울시 행당동) 씨 또한 자취방의 다양한 규칙을 실감했다. 임 씨가 거주하는 원룸에서는 정해진 월세 외에 매달 지로 영수증으로 전기비와 도시가스비가 나온다. 임 씨는 “지로 영수증으로 나오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원룸마다 달랐다”며 “무엇이 맞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서울과 부산의 원룸 밀집 지역 원룸들에서 관리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은 대체로 수요가 많은 새학기 시즌에는 입주자에게 불리한 조건이 많고, 수요가 줄어드는 방학 시즌에는 입주자들에게 약간의 혜택이 있는 경향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이 어떻다 해도, 관리 비용  방식을 정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것은 건물주의 재량이었다. 부산 경성대와 부경대 근처의 D 원룸을 소유한 이태곤(63) 씨는 “인터넷 공유기 이용료가 무료면 수도세를 따로 내게 하는 등, 자세히 살펴보면 각 원룸마다 나름대로 공평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룸 일부만 보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