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빗속 공연...아이돌 가수들 미끄러운 무대에서 잇따라 '꽈당'
일부 가수들 넘어져 응급실 실려가기도...팬들 "다치면 어쩌나" 걱정 / 신예진 기자
2019-05-13 취재기자 신예진
비 내리는 날 진행되는 야외 공연으로 가수들의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공연하는 이도, 지켜보는 이도 긴장하게 만드는 빗속 공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24회 사랑한다 대한민국 2018 드림 콘서트’가 열렸다. 그러나 이날 아침부터 비는 세차게 몰아쳤고, 공연이 진행된 무대는 흠뻑 젖었다. 관계자들이 무대에 고인 빗물을 닦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가수들은 비오는 날 천장이 뚫린 무대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빗물로 미끄러워진 무대에서 가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넘어졌다. 특히 아이돌 남자 그룹은 격한 안무가, 여자 그룹은 높은 구두가 문제였다. 당시 공연은 어플리케이션 V 앱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했다.
이날 가장 큰 피해를 겪은 가수는 아이돌그룹 NCT였다. 공연의 포문을 열었던 NCT 드림의 지성은 무대 초반 머리가 땅에 부딪힐 정도로 심하게 넘어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NCT 전체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탑을 쌓는 안무를 하다 멤버 몇 명이 동시에 넘어지기도 했다. 사실상 와르르 무너진 셈.
이 외에도 많은 아이돌들은 춤을 추다 추풍낙엽처럼 무대에서 쓰러졌다. 그룹 세븐틴, 마이틴, TRCNG, 더보이즈, 아스트로 등이 피해를 입었다. 잠시 휘청하고 미끄러지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발생했다.
NCT 팬 이모(22, 부산 해운대구) 씨는 “오늘 넘어진 멤버만 9명이었다”며 “공연을 마치고 퇴장할 때 허리를 잡으며 올라가던데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무대 바닥에 빗물이 흥건했는데 자칫 뼈라도 부러졌으면 어쩔 뻔했냐”고 혀를 찼다.
사실 가수들의 빗속 공연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월 MBC 뮤직의 <쇼!캠피언> 리허설 도중 걸그룹 우주소녀 멤버 유연정은 빗물에 미끄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운동화를 신은 상태였지만 무대에 고여 있는 빗물은 위협적이었다. 우주소녀는 이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신발을 벗고 공연을 했다.
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가 오면 혹여나 내가 응원하는 아이돌이 넘어지기라도 할까 공연에 집중하지 못한단다. 실제로 드림콘서트 공연을 중계해주는 V앱에는 “무대를 닦아주세요”, “무대 정비하고 공연하면 안 되나요”, “불쌍해서 어떡해” 등의 실시간 댓글이 쏟아졌다. 함모(25, 부산시 영도구) 씨는 “멋있을 필요도 없고 그냥 안전하게만 무대를 마쳤으면 좋겠다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공연을) 봤다”고 씁쓸함을 보였다.
일부 팬들은 행사 진행 업체의 무대 관리를 지적했다. 무대 앞 카메라는 침수 방지를 위해 꼼꼼하게 비닐을 씌웠으면서 무대 관리는 엉망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 팬 A 씨는 “공연 연기가 어렵다면 천막이라도 쳐줬으면 좋겠다”면서 “무대 전체적인 그림은 별로일지 몰라도 멤버가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무대가 바뀔 때마다 빗물을 바로바로 닦으면 될 텐데 안타깝다”며 “누군가가 다치는 공연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8 드림콘서트'에는 태민, 레드벨벳, 세븐틴, NCT, 러블리즈, 여자친구, 마마무, 아스트로, 다이아, UNB, UNI.T, MXM, 더보이즈, TRCNG, 골든차일드, 윤하, 휘성, 투포케이, 헤일로, 빅플로, 드림캐쳐, fromis_9, 마이틴, IN2IT, 립버블, 샤샤, 아이즈 등이 출연했다. 이 공연은 오는 19일 오후 7시 SBS funE, SBS M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