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 휴대폰이 몰고온 새 풍속도…'몰카' 걱정에 공중 목욕객 시비 빈발
현행법상 휴대폰 소지 만으로는 처벌 근거 없어…"목욕탕에 휴대폰 왜 들고 오나" 원성 / 정인혜 기자
방수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이 늘면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관련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특히 공중목욕탕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목욕탕 내부까지 휴대폰을 들고 들어오는 사람들 탓에 ‘몰래 카메라’에 대한 불안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논란은 20일 개그맨 윤택의 인스타그램에서부터 시작됐다. 윤택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제 아내에게 줄 수 없는 시간...남자만의 사우나”라는 글과 함께 아들과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문제는 해당 사진의 배경이 목욕탕이라는 것이다. 윤택은 아들과 함께 상반신을 탈의한 모습이었으며, 사진 뒤편에는 목욕 중인 남성의 뒷모습도 포착됐다.
사진이 올라온 뒤, 그의 인스타그램은 곧 비판성 댓글로 도배됐다. 한 네티즌은 “대중목욕탕에 휴대폰 들고 들어오는 사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냐”며 “목욕탕 안에 휴대폰 들고 들어가서 사진 찍을 생각한 것도 대단한데 그걸 또 SNS에 올릴 생각까지 한 게 더 대단하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의 질타에 윤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윤택이 일으킨 논란을 시발점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휴대폰 방수 기능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몰카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진 것도 한몫한 듯 보인다. 많은 네티즌들은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목욕탕 안에서 휴대폰 만지는 사람을 보면 언제 사진 찍을까 너무 걱정되고 무섭다”며 “요즘 몰카 범죄 때문에 난린데 타인을 가장 예민하게 고려해야 할 목욕탕이나 수영장, 탈의실에 적용되는 법안은 없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아예 휴대폰 방수 기능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휴대폰에 방수 기능이 탑재된 후로는 목욕탕이고 헬스장 샤워실이고 죄다 휴대폰 들고 들어오던데 이게 정상이냐”며 “한국 같이 몰카 범죄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아예 휴대폰에서 방수 기능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수 기능이 도입되면서 휴대폰을 들고 들어오는 욕객이 늘었다는 해당 의견은 영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목욕탕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휴대폰을 소지한 욕객이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주는 “방수 휴대폰이 나오면서 최신 휴대폰을 쓰는 젊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목욕탕 안에서 계속 감시하고 있을 수도 없고 우리도 골치 아파 죽겠다”고 말했다.
휴대폰에 방수 기능이 없던 과거에는 목욕탕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 방수팩을 씌워야 했다. 방수팩은 비닐로 만들어졌는데, 습한 목욕탕 안에서는 김이 서려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방수 휴대폰은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물속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아졌다. 이에 휴대폰을 들고 목욕하는 목욕객이 늘어난 것.
하지만 휴대폰을 반입하는 욕객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전무하다. 몰카를 촬영한 현장을 적발하면 수사를 진행하지만, 휴대폰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범죄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 조사하지만, 목욕탕 안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할 근거는 아직 없다”며 “스마트폰 이용 에티켓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