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기싸움 속 '운전자'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서 본격 일정
靑 "두 정상 간 허심탄회한 논의할 것"... 미, 북미회담 기념주화도 사전 제작해 둬 / 정인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1박 4일간의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은 취임 후 이번이 세 번째다.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 21일 오후 5시께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한 문 대통령은 13시간의 비행 끝에 이날 오후(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출국 때와 같은 옷차림으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감색 양복 차림에 줄무늬 넥타이, 검정색 구두 차림이었다. 동행한 부인 김정숙 여사는 하늘색 코트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밝은 표정으로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김 여사는 여느 때처럼 문 대통령의 팔짱을 낀 채 조심스레 걸었다.
계단 아래에서는 미국 측에서 나온 핸더슨 의전장 대리, 마크 내퍼 주한대사 대리, 마크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 대행 등이 문 대통령을 맞았다. 우리 측 조윤제 주미한국대사 내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차량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영빈관에서 하루를 묵은 뒤 22일 오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인사들을 접견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정오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통역을 제외한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한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주요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 회담을 겸한 업무 오찬을 가질 예정이지만, 사실상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두 정상의 단독 회담이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동 언론발표도 없을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워싱턴을 떠나 한국시각으로 24일 새벽 서울공항으로 귀국한다.
앞선 청와대의 설명처럼 이번 만남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양측 정상의 ‘허심탄회한 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와대 수행원들도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개 정상회담은 사전에 모든 조율을 마치는 게 관행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사전 조율도 없었다고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상회담 진행 방식도 과거 정상회담과는 달리 딱 두 정상 간 만남을 위주로 하기로 했다”며 “수행원들도 두 분이 무슨 말씀을 하실지 예측을 전혀 못 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중요한 합의를 이룰 수 있게 할지 두 정상 간의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이 북미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주화’를 제작해 둔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일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주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국 국기를 배경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주화 위쪽 가운데에는 ‘평화회담’이라는 한글 문구도 새겨졌다. 백악관은 과거에도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이 같은 주화를 제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