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 북미정상회담 빨간불?
트럼프 "안 열려도 괜찮다"면서도 전면 취소 가능성은 부정…文 "최선 다해 돕겠다" / 정인혜 기자
2019-05-23 취재기자 정인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곧 결정될 것”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은 이날 정오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두 정상 모두 감색 정장에 붉은색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했다. 취재진을 향해 인사를 한 문 대통령은 백악관에 마련된 방명록에 "평화와 번영을 향한 한미동맹, 세계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기길!"이라고 적었다.
이어 단독회담, 확대회담이 순서로 열렸다. 배석자 없이 이뤄진 단독회담은 21분간, 참모들이 배석한 확대회담은 65분간 각각 진행됐다. 당초 단독회담은 정오께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두 정상의 모두 발언을 취재하기 위해 몰린 취재진의 질문이 쇄도하면서 35분가량 늦춰졌다. 두 정상은 약 35분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진 후 12시 42분부터 1시 3분까지 단독회담을 가졌다. 연이어 시작된 확대회담은 2시 8분께 끝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연기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싱가포르 회담의 개최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며 “열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회담의 전면 취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까지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북한과 만날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을 부각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님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십 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내시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은 한국과 한반도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돕고, 또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대한 사안임에도 분위기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외신 기자의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얼마나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신뢰한다. 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인 게 행운”이라고 답하자,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 문 대통령도 크게 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잘 답변했는지 모르겠다. 이 이상 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문 대통령에게 농담을 건넸고, 양 정상은 웃으며 악수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긴밀한 공조를 약속한 문 대통령은 오는 25일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25일은 맥스 썬더 한미연합군사 훈련이 종료되는 날이다. 북한은 이를 문제 삼아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바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난한 맥스 썬더 한미연합군서 훈련이 종료되는 25일 이후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며 “북미 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