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서도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가 사용됐다니
FIFA 인스타그램·월드컵 주제곡 뮤직비디오에 삽입했다가 한국 네티즌 항의 받고 뒤늦게 삭제 / 김민성 기자
최근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욱일승천기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표시하면서 또다시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욱일기는 국제적 금기가 된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달리 과거 일본의 침략을 겪은 동아시아 국가 사이에서는 철저한 질타의 대상이지만 서구권 국가에서는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FIFA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이에 한국 네티즌들과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 등이 힘을 모아 항의해 FIFA가 다른 응원 사진으로 교체했다고 지난 17일 YTN 뉴스가 보도했다. 이처럼 서구권에서는 욱일기의 문양에 제국주의 이념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욱광 무늬가 워낙 특이해 디자인, 패션업계에서 사용되는 경우도 잦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이던 일본군이 쓰던 깃발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상징한다.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경덕 교수는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뮤직비디오에 일본 욱일기 사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같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11일 세계적인 가수 제이슨 데룰로가 발표한 월드컵 주제곡 ’컬러스‘ 뮤직비디오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했다”며 네티즌들의 발빠른 항의로 현재 그 대목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서경덕 교수는 ‘네티즌의 힘’이 욱일기의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전범국인 독일에선 ‘반나치 법안’을 통해 하켄크로이츠 문양의 자국 내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독일 형법에도 “나치를 상징하는 깃발, 제복, 슬로건 등을 배포하거나 공개적으로 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는 항목이 있다.
독일과 달리 일본은 욱일기를 아직도 내세우고 있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경덕 교수는 “욱일기는 ‘전쟁과 침략의 상징’임에도 같은 전범국인 나치 독일의 깃발 ‘하켄크로이츠’와 달리 아직도 일본 해상 자위대가 욱일기를 군기로 쓰고 있다”며 “전범국인 일본은 계속해서 욱일기를 상징으로 내세우고 제국주의 망령을 다시 되살리고 있다”고 일본을 비난했다.
욱일기가 세계적으로 금기시되지 않는 까닭은 있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이미 전후 60년 이상 사용해 와서 금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고 밝혔다. 또 욱일기에 그려진 욱광 무늬가 반드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 밖에도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악행이 국제적으로 덜 알려진 것도 이유의 하나다. 서구권 국가들은 일본의 식민 지배, 수탈을 겪지 않았기에 욱일기가 얼마나 나쁜 상징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 교수는 10여년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이 캠페인은 국내외에서 사용되고 있는 욱일기 디자인을 일반인들이 사진으로 찍어 제보메일을 보내면 서 교수팀과 네티즌들이 힘을 모아 항의 및 수정하는 프로젝트이다.
욱일기가 2018년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김지훈(23, 경남 양산시) 씨는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 씨는 “일본의 악행이 얼마나 짙은지 국제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일본이 잘못을 뉘우치고 전범기인 욱일기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아직도 해상 자위대에서 욱일기를 쓰고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