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배달료 2000원 유료 선언’ 후 매출 토막
소비자 "웃돈 내면서까지 시커먹을 일 없다"...."배달료 영향 이렇게 크나" 가맹점주 한숨 / 정인혜 기자
배달 서비스 유료화 정책을 도입한 교촌치킨이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맹점주들도 매출난을 호소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지난 1일부터 건당 2000원의 배달료를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 교촌치킨 베스트 메뉴인 ‘허니콤보’ 한 마리 가격은 1만 8000원. 여기에 배달료까지 더하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2만 원이 된다. 메뉴 가격 자체에는 변동이 없지만, 사실상 가격이 인상된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가격이 10%나 인상된 셈이다.
교촌치킨 측은 배달 운용비가 인상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처’라고 설명했다. 당시 교촌치킨 측은 “최저임금 인상, 배달 대행 수수료 증가로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이 매우 악화됐다”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배달료 인상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발표 당시 소비자들의 반발은 거셌지만, 가맹점주들은 한 목소리로 이를 반겼다. 가맹점 사이에서는 소비자 저항에 따른 매출 하락 우려에 대해서도 “배달료 못 받는 치킨은 어차피 손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배달료 유료화 정책이 시행된 지 약 3주가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23일 부산의 한 교촌치킨 매장. 점주 최모 씨는 하루 매출을 정산할 때마다 불안한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지난달 20일 배달료 유료화 정책에 대해 ‘당연한 조처’라고 환영했지만 정작 정책이 도입된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최 씨는 “이번 달 매출 타격이 심하다. 배달료 때문인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꺼려할 줄은 알았지만, 영향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서울 매장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최 씨의 매장 이외에 다른 매장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 점주는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아줘서 그렇게 영향이 크진 않지만,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해서 (매출이) 2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배달 대신에 방문 포장해 가는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방문 손님에게 감자튀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료 유료화에 따른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많은 업주들이 매출 하락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통계로 확인된 수치는 아니다. 교촌치킨 측은 “(배달비 유료화 시행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상황 파악이 힘든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통계 외에도 교촌치킨의 매출 하락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곳은 많다. 가맹점주의 호소를 비롯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달료를 이유로 ‘교촌치킨을 시켜먹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숱하게 나온다.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에 올라온 ‘배달비 때문에 난리 난 교촌치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조회 수 약 11만 4000을 기록한 해당 글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등록됐다. 대다수 댓글은 배달료 유료화 정책에 부정적인 의견을 담고 있었다.
한 네티즌은 “얼마 안 된다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굳이 배달료까지 내가면서 먹고 싶진 않다”며 “세상에 치킨집이 교촌치킨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안 시켜먹으면 그만이다. 자신감을 넘어 교만에 가까운 듯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28, 부산시 동구) 씨도 해당 네티즌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2주에 한 번은 꼭 교촌치킨을 시켜먹었다는 그는 지난 1일 이후 다른 브랜드 치킨을 먹는다. 한 씨는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괘씸하다. 배달료 2000원을 더 부담하면서 굳이 교촌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 집에서 매장까지는 오토바이로 2분 거리인데 그 돈을 내면서 교촌치킨을 먹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의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교촌치킨을 선두로 다른 업체들이 동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이를 공식화한 브랜드는 없다. 치킨 업계 2, 3위 BHC, BBQ 측은 “지금으로서는 유료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