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100분을 꽉채운 멋진 음악, 완벽한 퍼포먼스....아름다운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을 보고 / 황혜리
미국의 6대 메이저 영화사 중 하나인 20세기 폭스(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의 2017년 마지막 개봉작은 영화 <위대한 쇼맨>이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휴 잭맨이 주연을 맡으며 오랜 시간 감독과 함께 영화 제작을 위해 힘썼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게다가 <미녀와 야수> 제작진과 <라라랜드> 작사 팀이 합류하여 만들어낸 뮤지컬 영화라니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질 만한 영화가 아닌가.
상영 초반, 괜찮은 평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이 너무 적어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었으나,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관객 수 5월 중순을 넘으면서 140만 명을 돌파했다. 사실 먼저 관람한 지인이 혹평을 쏟아냈던 터라, 별 기대 없이 관람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아니 그 이상으로 멋진 영화였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린 수록곡, 배우들의 퍼포먼스, 그리고 완벽한 연기력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관람했다.
이 영화는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손꼽힐 정도로 멋진 영화임에도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평소 좋아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질질 끌지 않는 전개까지 더해져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실제로 영화를 소장용으로 구매하여 상영이 종료된 후 세 번을 더 보고 또 봤다.
양복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한 소년은 아버지를 따라 귀족 집안을 방문한다. 그 집의 외동딸과 서로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신분의 격차 때문에 양가의 반대가 심해지고, 둘은 편지로만 안부를 주고받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소년은 각고의 노력으로 신분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돈을 모은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성인이 된 소년, P. T. 바넘(휴 잭맨 분)은 마침내 소녀, 채리티(미셸 윌리엄스 분)와 결혼하여 두 딸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 있었던 그는 다시 한 번 꿈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하고 독특한 컨셉의 박물관을 개장한다. 그러나 그의 큰 포부에 비해 그의 '요상한' 박물관이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좌절한다. 그러던 도중 그의 두 딸이 “그 박물관에는 죽은 것들밖에 없어요. 뭔가 살아있는 것이 필요해요”라는 말을 듣고 변화를 결심한다.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새로운 쇼를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그의 천재적 흥행사의 마술이 시작된다.
영화 <위대한 쇼맨>은 쇼 비즈니스 계의 창시자이자 전설인 'P. T. 바넘'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그려낸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인 것이다. 영화는 그가 어떤 신분에서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쇼 비즈니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사실 실화를 있는 그대로 그려낸 것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 비평가들은 바넘의 쇼에 대한 극심한 미화와 더불어 훌륭함을 넘어서 완벽한 OST가 오히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바넘이라는 인물은 인종차별이 심했다. 여성들을 앞세워 매춘을 하기도 했고, 장애인들을 앞세워 난쟁이 쇼와 같은 것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반해 영화는 그의 삶을 꽤 아름답게 포장했다.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주인공은 사회에서 외면과 무시를 당하는 이들에게 자신과 함께 일할 것을 권유한다. 그늘 속에 숨어있던 그들을 세상 속으로 끌어낸 그는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며 사회의 인식을 점차 바꾼다.
실화를 미화시켰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그래서 더 허무한 감정이 들 정도로 이 모든 내용을 소화해낸 배우들은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바넘 역을 연기한 휴 잭맨과 채러티 바넘 역의 미셸 윌리엄스는 극의 초반부터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또한 필립 칼라일 역의 잭 애프론도 휴 잭맨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호흡을 맞추며 그 동안 많은 작품으로 쌓아 올린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한다. 이외에도 앤 휠러 역의 젠다야 콜맨, 레티 러츠 역의 케알라 세틀, 톰 섬 역의 샘 험프리를 비롯한 수많은 조연이 등장한다. 정말 짧게 등장하는 조연들이 있음에도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모두가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극 중 레티 러츠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의 시선에 당당하게 맞서며 부르는 <This Is Me>는 요즘도 유난히 힘들고 지칠 때 반드시 찾게 되는 노래다. 또한 필립 칼라일과 앤 휠러가 호흡을 맞춘 곡 <Rewrite the Stars>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 대부분이 최고의 노래로 손꼽기도 했다. 이 두 곡을 비롯하여 영화에 수록된 곡은 모든 배우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나도 모르게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처럼 영화 <위대한 쇼맨>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인물을 다룬 이야기를 과도하게 미화시켰다는 점에서는 소재나 이야기의 완성도를 논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최대한 뿜어낸 영화로 가족이 같이 보기엔 부담 없이 좋은 영화다. 훌륭한 수록곡들과 멋진 가사, 완벽한 퍼포먼스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연인 휴 잭맨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조연 배우들의 밀리지 않는 연기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기에 정말 좋다. 그러나 실화를 미화했다는 점, 영화만 봤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라는 점. 이 상반된 두 가지의 쟁점 때문에 영화를 평하자니 다소 혼란스럽긴 하다.
갈등이 길게 이어지는 영화를 보기에 지치는 사람이라면, 긴 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 보기 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100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과 그 속에 가득 차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의 향연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