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만큼만 일합니다” 직장인 10명 중 8명, 직장에서 능력 발휘 안 해

직장인 “특정 직원에게 업무 몰아주기도...성과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 신예진 기자

2018-06-01     취재기자 신예진
3년 차 직장인 최모(32, 경남 진주시) 씨는 언제부턴가 ‘적당히’가 회사 생활의 기본이 됐다. 최 씨도 입사 초기에는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했고, 가장 늦게 사무실을 떠났다. 맡게 된 일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디어를 냈고 결과물을 제출했다. 그 덕분에 최 씨는 ‘손 빠른 아이’로 정평이 나 사무실 내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최 씨는 사무실의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바쁘게 일하는 사람만 계속 일하고 있었던 것. 심지어 최 씨가 자주 도와줬던 업무가 자연스럽게 최 씨의 일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최 씨는 “미친 듯이 일해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일만 많아 졌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현재 지적받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일하고 있다.
최 씨의 경우처럼 대다수 직장인들이 입사 초기 열심히 해보겠다는 결심을 버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능력 발휘’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직장에서 능력을 다 발휘하지 않는다(78.8%)’고 답했다. 직급별 능력 발휘는 승진을 거듭할수록 적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원급(59.4%)이 가장 낮은 의욕을 보였고, 차례로 대리급(61.7%), 과장급(63.1%), 부장급(65%)이 뒤를 이었다. 임원급(66.3%)이 가장 열심히 일하는 직급이었다. 그렇다면 사원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문제로 ‘하면 할수록 일이 많아진다(44.9%)’는 것을 꼽았다. 대개 일을 잘하고 믿고 맡기는 직원으로 찍히면 윗선에서 너도나도 일을 몰아주는 사태가 발생한단다. 또, '능력에 따른 보상이 적어서'(41.3%)도 불만으로 꼽혔다. 성과급제 회사가 아닌 이상, 일의 양은 달라도 월급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외에도, ‘기존 업무량이 과다해서’, ‘개인 삶이 더 중요해서’ 등의 의견이 뒤따랐다. 직장인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능력에 따른 성과금’(26.4%)이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상사의 신뢰와 지원’(14.9%), ’공정한 평가 기준‘(11.4%), ‘업무권한의 부여’(11.1%) 등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이처럼 직장인들은 회사 발전을 위해 기업 차원에서 성과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네티즌 A 씨는 “사무실에서도 20:80이 적용된다”며 “열심히 일하고 똑똑한 20퍼센트가 나머지를 끌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일을 잘 해냈을 때 그만큼 보상해주는 제도가 있고, 회사가 그것을 잘 이용한다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를 진행한 사람인 임민욱 팀장도 “많은 직장인들이 자기가 하는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업은 물론 개인의 성장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 차원에서 성과에 따라 공정하고 적합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직원들이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신입 직장인들을 위한 일명 ‘직장생활 꿀팁’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개 “착하고 성실하면 온갖 궂은일 다 떠맡는다”, “능력 있으면 위에서 공을 뺏어가려 한다”, “회사 일에 필요 이상 관여하지 말고 여유시간은 나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라”, “이직 고려하면 외부업체와 미팅할 때 열심히 해라. 회사 옮긴다고 인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