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이제 동계스포츠 불모도시 아니다"...남구 실내빙상장 개장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피겨·아이스하키·컬링 가능한 전천후 국제규격 갖춰...내년 기장서도 새 경기장 착공 / 하다정 기자
대학생 이건희(24. 부산 대연동) 씨는 “넓은 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부산에선 북구에 한 곳밖에 없어서 그 동안 안타까웠다. 그런데 집 근처에 새 스케이트장이 생겨 너무 좋다. 공강 시간이 6시간 있는 날이 있는데 그 날마다 가봐야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최근 부산 남구 백운포에 국제 규격을 갖춘 부산 두 번째의 실내빙상장이 지난달 10일 준공식을 마치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부산에서 국제규격의 실내 빙상장은 2005년 건립된 부산 북구 문화빙상센터가 유일했다.
동계스포츠 인프라의 불모지였던 부산이기 때문에 이번 남구에서 생긴 실내 빙상장은 시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키운다.
부산 남구는 동계스포츠 인프라 확대와 국민 스포츠 복지증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공모사업에 당선돼 2015년부터 이 공사를 시작했다. 총 110억 원(국민체육진흥기금 50억, 시비 30억, 구비 30억 원)이 투입돼 지상 2층, 연면적 4222㎡ 규모의 국제 규격(61mX30m) 아이스링크장이 조성됐다. 건물 안은 아이스링크, 대기석, 스포츠용품점, 휴게시설, 카페, 기타 필요한 시설 등이 있다.
부산 남구시설관리사업소 김병구 소장은 "동부산권엔 빙상장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번에 남구에서 빙상장이 준공돼 늘어나고 있는 빙상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빙상장에선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물론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에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전 국민적으로 인기를 얻은 컬링 경기까지 모두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김 소장은 ”부산에서도 제2의 김연아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향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컬링 경기장 시설을 이용할 때는 개인적으로 컬링에 필요한 스톤(돌)과 브룸(스톤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도구)를 소지해야 한다.
현재 부산에서는 건국중 남자 컬링팀과 건국고 남자 컬링팀, 부산외고 여자 컬링팀, 등 3개 팀이 있다. 이들은 북구문화빙상센터에서 훈련하고 있지만 전용구장이 아닌 탓에 스케이팅 선수들과 함께 빙판을 사용하고 있어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스하키 동아리 활동을 하는 고교생 장유진(17, 부산 북구) 양은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랑 끼어서 연습을 하다 보니까 이른 시간에 연습을 못하고 늦게 끝나서 학교 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빙상장이 하나 더 생겨 훨씬 좋다”고 기뻐했다.
피겨스케이팅 연습생인 손다온(11, 부산 동래구) 양도 "부산에서 김해까지 연습하러 가지만 멀어서 불편했는데, 여기 남구 빙상장이 생겨서 가깝고 편하다“라고 말했다.
남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이 경기장이 개장됨으로써 다양한 생활체육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게 돼 주민스포츠 복지 향상은 물론 국가적 동계스포츠 활성화와 연계해 동계스포츠 꿈나무 발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시범운영 기간인 5월 첫 주말인 19∼20일엔 1816명의 시민이 빙상장을 찾아 초만원을 이뤘다. 일요일인 20일 오후에도 수용인원(400명)을 넘어 이용하지 못하는 방문객도 많았다.
이 경기장은 5월 19∼31일 무료 시범운영을 거쳐 이달 1일부터 유료로 전환됐다. 1회 입장료는 어린이 6000원, 청소년 7000원, 성인 8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으로 책정됐다. 또한 지난 1일부터 성인과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스피드스케이트와 프리스케이트 강습을 진행되고 있다. 이 경기장은 매월 둘째 월요일, 넷째 화요일, 명절엔 휴장한다.
한편 부산의 남구 실내 빙상장 건립에 이어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안에 제3의 빙상장도 생길 계획이다. 부산시는 내년에 착공해 오는 2022년까지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 4000㎡ 규모로 제3 빙상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곳은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정규 아이스링크 2개 면을 비롯해 컬링 전용연습장이 관람석 3500석과 함께 갖춰질 예정이다. 현재 부산에는 북구(제1빙상장)와 남구(제2빙상장)의 빙상 인프라를 갖췄으나, 심판석이나 관람석, 선수를 위한 라커룸 등 시설이 부족해 국제대회는 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