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도 카드 받는데 왜 등록금은 현금만 받나“ 학생·학부모 불만
전국 416개 대학 중 절반 이상 "수수료 비용 부담된다" 카드 결제 거부...등록금 부담에 휴학생 속출 / 조윤화 기자
2018-06-04 취재기자 조윤화
등록금 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대학이 절반이나 돼 일시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결제를 카드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수 대학이 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다음 학기에 휴학을 결정했다. 김 씨와 두 살 밑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포함해 매 학기 500만 원 안팎에 달하는 등록금을 한꺼번에 납부하는 것이 집안 형편상 벅차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부모님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음 학기 휴학을 결정했다”며 “휴학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라도 열심히 해서 다음 학기 등록금을 모아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재학 중인 학교는 등록금 카드 결제가 불가하다. 김 씨는 “카드 결제가 가능해서 분할 납부가 가능하면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등록금이 한 두 푼도 아니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도 카드 결제가 되는 세상인데 등록금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강제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제11조 1항에 "학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현금 또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에 의한 결제로 납부받을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는 2016년 12월 한차례 개정을 통해 포함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대학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 카드 결제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대학의 등록금 카드 결제 거부와 관련된 통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해 10월경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전국 대학 기숙사비 현황’과 ‘2017년 등록금 납부제도 실시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대학 중 카드 결제를 시행하지 않는 곳은 416개 대학 중 220곳(52.9%)으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사립 대학은 358개 중 208곳, 국·공립대학은 58곳 중 12곳이 아직 등록금 카드결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등록금 카드결제가 불가능한 곳 가운데 현금 분할 납부마저 불가한 곳은 모두 20곳에 달했다.
이에 김병욱 의원은 “등록금 납부는 학생과 가계의 목돈 비용 마련 부담을 초래한다”며 “그런데도 대학들은 납부 방식의 다양화를 외면하고 있어 학생들만 과중한 부담을 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 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등록금의 1.5% 수준인 카드사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2002년경 카드업계가 대학을 가맹점으로 유치하기 위해 등록금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없애는 등 유치 경쟁을 벌였고, 이를 같은 해 금융감독원에서 과당경쟁으로 분류하면서 제재하겠다고 나서자, 카드 업계는 대학 등록금 카드납부 수수료를 1.5% 대학에 부과키로 결의했다.
일각에서는 대학 측이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까지 대학이 감당할 경우 학교 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에 대해 쌓아놓은 적립금을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 동결 등을 이유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부 대학들이 이월·적립금을 많게는 수천억 원까지 쌓아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육연구소가 공개한 ‘2012년~2016년 사립 대학 및 법인 누적 이월·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전국 154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전년 9조 7723억 원(법인 적립금 포함)에서 9조 9481억 원으로 1758억 원 증가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해당 자료를 공개하며 “적립금은 대학 발전을 위해 축적할 수 있지만, 열악한 교육여건을 등한시하고 적립금 축적을 우선시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등록금 카드 결제가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는 것이 부담된다면 현금 분할 납부를 신청하면 되고, 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할 경우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선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고 있고, 현금 분할 납부가 가능하지 않은 곳이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등록금 결제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학등록금 납부방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보고서에서 "고액 등록금을 일시적으로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갖는 계층에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함으로써 장기간 할부 거래로 분산 납부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과, 납부자의 납부방법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등록금 카드 납부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