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의 그늘, “저녁 있는 삶 대신 월급만 줄어든다"
저소득 생산직 직격탄, 야근 많은 업체도 골머리…“수당 없이 집에까지 일거리 싸들고 갈 판” / 정인혜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직장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길 수 없게 된다. 우선 300인 이상의 사업장부터 적용되며, 정부는 오는 2021년 7월까지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으로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달까지 법이 인정하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 기존의 최장 근로시간이 16시간 줄어든 것이다.
평일 최대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규정한 내용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 바뀐 부분은 ‘휴일 및 연장근로’에 대한 내용이다. 정책이 시행되면 일주일 하루 야근, 또는 주말 하루 잔업을 제외한 나머지 평일에는 ‘칼퇴’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중 2위(2069시간)에 달한다. 조사대상국 중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멕시코, 그리스, 그리고 한국이 유일하다.
삶의 질을 개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칙임에도 많은 근로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장 생산직으로 근무 중인 박모(41) 씨는 다음 달부터 하루 12시간 2교대 근무에서 8시간 3교대 근무로 바뀐다. 새벽에는 공장을 가동하지 않겠다는 본사의 방침 때문이다. 박 씨는 월급이 70만 원 이상 줄어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취지는 좋지만, 현장 경험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최악의 탁상공론 같다. 저녁도 돈이 있어야 먹는 것 아니냐. 더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유를 법으로 제한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근로자들의 노동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데 반해, 인력 충원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근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연적인데, 이에 따라 ‘꼼수 야근’이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박모(28) 씨는 “직원이 늘지를 않는데 일은 그대로다. 슈퍼맨이 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시간에 맞춰서 일을 처리할 수 있겠냐”라며 “야근 수당, 교통비도 못 받고 집에 일을 싸 들고 가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의 임금 삭감 우려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우 노무사는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희망적인 전망이라는 평도 적지 않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생산성을 높이되 근로자의 임금이 보존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