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연대' 내분? 오너 갑질 제보방 관리자 탈퇴

조종사노조에 사과·외부 단체와 연대 논의에 반발한 듯…직원들 동요, 단톡방 가입자 감소 / 정인혜 기자

2018-06-09     취재기자 정인혜
한진그룹 오너 일가 갑질을 고발하는 제보방을 만든 관리자가 활동을 중단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설립을 기획한 핵심 인물이 활동을 중단하면서 일각에서는 내부 분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대한항공 직원연대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기점으로 관리자가 소속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모두 탈퇴했다.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 단톡방에는 관리자가 활동을 그만둔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왔다. 직원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박 전 사무장은 “직원연대 내에서 같이 활동하던 관리자님이 활동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며 “직원연대 구성원들이 간곡히 만류했으나 관리자님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원연대 측은 관리자의 활동 중단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먼저 지난 7일 직원연대 공동대표 명의로 나간 사과성명서의 내용 때문이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출범 초기 조종사노조(KPU)를 비난했다가 최근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는 공식 사과에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사무장은 “사과 서명을 내는 건 회의를 통해 같이 결정한 사항이지만, 그 내용을 정할 때 관리자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전에 관리자님과 공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동대표의 이름으로 공개가 됐다. 이는 직원연대의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외부 단체와의 연대를 놓고 벌어진 직원연대 내 갈등이 꼽힌다. 관리자는 단톡방을 개설한 이후 채팅방 내에 정치성이 드러나거나 노조 관련 의견은 일절 올라오지 못하도록 해왔다. 최근 직원연대는 KPU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과의 연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외부단체 개입에 반대했던 관리자가 직원연대와 갈등을 빚게 된 배경이다. 관리자의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 소식에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의 참여 인원은 1000명에서 900여 명으로 줄었다. 언론에 공개된 단톡방 내용에 따르면, 한 직원은 “다수의 직원들은 처음부터 관리자를 따랐다”며 “관리자가 없으면 대신할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