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음란물...사회 환경은 갈수록 10대 임신 부추긴다 / 장윤진
[제2부] 중고등학생의 문화와 비행의 실태
임신한 10대 여학생이 자기 집 화장실에서 가족 몰래 아이를 출산했으나, 아이가 숨지자, 이를 유기한 사건이 있었다. 당사자가 나중에 가족에게 털어놨기에 겨우 세상에 이 사실이 알려졌다. 2017년 청주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생명의 탄생은 신비롭고 거룩하다. 엄숙한 신비를 간직한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10대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10대 청소년들은 어쩌다 임신을 하게 되면 새로운 생명을 중시하지 못하고 이기적 관점에서 엄마라는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의 미성숙한 인격이 임신 후 낙태로 몰아가고 있다. 낙태죄가 폐지되어 무분별한 임신으로 인한 청소년들을 낙태죄로부터 지켜야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0대들은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조그만 성적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은 남녀가 어울리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10대 임신 사례가 나타난다. 연인 사이로 사귀다가 임신한 경우가 흔하지만, 여자 아이들이 아는 친구나 오빠 사이로 남녀가 같이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강제로 성폭행당해서 임신한 사례도 있다.
필자는 청소년 상담자로서 주위에 청소년들이 있으면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를 습관적으로 들으려고 노력한다. 2013년 어느 날 해질 무렵, 필자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맨 뒤 좌석에 앉은 필자 옆의 남녀 고등학생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는 여학생의 손을 꼭 잡고 낙태를 설득하고 있었고, 여자 아이는 한숨만 내쉬며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필자가 두 남녀를 도우려고 대화를 청하자, 이들은 쏜살같이 버스에서 내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뛰어가는 두 어린 청소년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이 저렸다.
2017년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 A 양은 엄마와 여동생과 살고 있었다. A 양은 건전하지 못한 친구들과 사귀면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운대에서 다른 지역에서 관광 온 남자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됐다. 결국 그날 밤 그녀는 남자들과 강제로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고, 그 이후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상대 남자의 이름도 모르고 연락처도 모르는 상태에서, A 양은 해바라기센터(성폭력 등의 피해자 상담 및 구제 기구)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센터의 주선으로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범인을 찾지 못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강간으로 인한 임신일 경우는 예외적으로 낙태가 합법화되어 있다. A 양은 해바라기센터의 주선으로 낙태 수술을 받고 심리치료를 받았다.
2012년 부산의 한 중학교에는 소위 일진으로 유명한 중3 B 양이 있었다. B 양은 말 한마디로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두려움을 떨게 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어느날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서 집이 빈 친구 집에서 남자 친구들과 같이 밤늦게 술을 마시며 놀다가 술에 취해 골아 떨어졌다. B 양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몸에 성관계의 흔적이 있음을 발견하고 임신 가능성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B 양은 다행히 평소 안면이 있던 상담 선생님을 찾아가서 이 사실을 알렸고, 상담교사와 함께 즉시 산부인과에서 검진한 결과, 임신 가능성이 높아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아 임신을 막게 됐다. 임신의 위기를 넘긴 B 양은 평소의 비정상적인 생활을 크게 반성하게 됐고, 이후 상담 교사의 정성어린 설득과 충고로 재기에 성공해서 지금은 중국 대학 유학생이 되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요즘 10대들은 남녀가 어울리기 좋은 환경에서 산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며 이성 간 만남을 가지는 일이 어렵지 않다. 노래방 등 밀폐된 공간도 많고, 화장만 하면 청소년임을 속이기도 쉽다. 갖은 방법으로 술을 구할 수도 있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세계에서 넘쳐나는 성적인 콘텐츠로 인해서 성적인 자극을 받기도 쉽다. 그래서 10대 임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가정, 학교, 사회는 10대 임신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