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에 휴지통 없앴더니..."쾌적해졌지만 변기 자주 막혀" 이물질 투기가 문제
분리수거 사각지대 해소됐지만 시민의식 뒷받침 안돼 / 김민성 기자
2018-06-12 취재기자 김민성
지하철이나 휴게소 등지에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화장실에 휴지통을 없앤 것은 대변 후 휴지를 변기에 안 넣고 대신 휴지통에 넣으면 화장실 내 악취와 해충을 유발하고 분리수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변기 옆 휴지통이 사라지면서 용변 후 휴지는 변기에 들어 가서 쓰레기는 크게 줄었지만, 휴지 이외의 쓰레기를 변기에 투기하는 등 부작용이 생겨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공중화장실 칸 내부에 있는 휴지통을 없애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전면 시행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관공서의 공중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사라졌다. 변기 옆 휴지통이 없어지고 화장실에는 세면대 옆 큰 휴지통 하나만 배치돼 있다.
최재혁(22, 경남 양산시) 씨는 “휴지통이 화장실 칸 안에 있을 때는 악취도 심하고 온갖 쓰레기가 다 들어있어 불쾌했다. 휴지통이 없으니까 쓰레기가 보이지 않아 훨씬 더 쾌적한 것 같다. 민간 시설 화장실에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기에 버릴 수 있는 휴지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물 풀림성 기준 시험을 통과한 화장실용 휴지여야 한다. 이 때문에 화장실에서 쓰는 휴지가 변기에 막힐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 휴지가 아닌 다른 쓰레기를 버릴 때는 화장실 칸 밖의 세면대 옆 위치한 쓰레기통에 버리면 된다. 여자 공중화장실의 경우, 여성 위생용품을 수거할 수 있는 전용수거함이 있어 쓰레기 처리가 수월하다.
제도 시행 초기여서인지 부작용이 생기도 있다. 이지윤(24, 부산시 북구) 씨는 “사람들이 변기에 휴지가 아닌 다른 이물질을 많이 버리는 것 같다”며 “휴지도 적당히 버리면 잘 내려가는데 뭉텅이로 버리게 되면 막히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부산의 한 구청은 외부인이 자주 드나드는 화장실에는 화장실 막힘 현상이 잦아 휴지통을 다시 들여놨다고 한다.
시민들은 제도 정착을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환희(22, 경남 양산씨) 씨는 “변기 옆 휴지통이 없으니 그냥 바닥에 버려놓은 쓰레기도 많이 봤다”며 “무엇보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바로잡혀야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진(24, 부산시 남구) 씨는 "민간시설 화장실에도 휴지통을 없애려면 물에 잘 녹는 화장지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