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에 쓰레기 무단투기 기승.. '실종된 양심'

추적 어렵다는 점 악용, 지하철역 등에 생활쓰레기 함부로 버려

2015-11-04     취재기자 이진우
 "학생!. 여다(이곳에) 그런 거 버리믄(버리면) 우짜노(어떻게 해)!" 지난 10월 27일 아침 출퇴근 인파로 붐비는 부산 서면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한 40대 아주머니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젊은 청년에게 큰 소리로 나무래고 있었다. 빈 담개갑이나 휴지 등 가벼운 쓰레기만 버리도록 돼있는 쓰레기통에 그 학생이 비닐 봉지에 든 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보고 꾸지람한 것이다. 학생은 "쓰레기 통인데 뭐 버리면 안됩니까"라며 항의하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아주머니는 쓰레기통 위에 붙어 있는 '생활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팻말을 가리키며 "이 바라(보아라), 여는(여기는) 집에서 가져온 생활 쓰레기를 버리믄 안된다 써났다 아이가(써놓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무안한 표정을 짓던 학생은 뒷통수를 긁적이며 슬거머니 쓰레기 봉투를 다시 들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전국 대부분의 지하철역 승강장 부근에는 한 쌍의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다. 한 쪽은 일반쓰레기를, 다른 한 쪽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다. 이 쓰레기통 위에는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져온 생활쓰레기를 이곳에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아 지하철 승객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다. 부산 경성대·부경대 지하철역에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김모(43) 씨는 "쓰레기통을 치우다 보면 집에서 가져 온 듯한 생활쓰레기를 하루에 50리터 이상 발견한다"면서 “봉지를 열어보면 음식물 쓰레기, 휴지, 페트병 등 분리수거도 안 된 쓰레기들이 마구 쏟아진다”며 한숨을 쉰다. 김 씨는“집에서 버려야 할 쓰레기를 지하철까지 들고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원룸이나 집에서 집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지하철까지 들고 와서 버리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집 쓰레기를 지하철에 버리는 방법도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지하철 환경미화원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미화원들이 생활 쓰레기 안을 뒤져서 버린 사람의 인적 사항을 알만한 우편물 등을 찾아낸 다음 당국에 신고했다고 한다. 요새는 그런 우편물 등은 빼버린 채 버리기 때문에 종적을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환경미화원은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자취생들은 가방에 봉투를 넣어 와서 지하철 화장실 변기에 버리기도 한다"면서 "건전한 시민의 양식 문제"라고 한탄했다.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사람들은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모(21, 울산시 북구) 씨는 상습적으로 자취방의 쓰레기를 지하철 쓰레기통에 버린다. 김 씨는 “쓰레기 봉투를 사기도 귀찮고 돈도 절약하고 싶어 지하철 화장실로 들어가 쓰레기를 변기 옆 쓰레기통에 두고 나오면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생활 폐기물을 버리는 쓰레기 무단투기는 적발 시에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하철 역사 내 쓰레기 통 역시 지정된 장소가 아닌 만큼 당연히 무단투기 행위다. 부산 남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걸 본 사람이 증거 사진과 함께 신고해주면, 인적사항을 추적하여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신고자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