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 열린다

23일부터 토론회·사진전·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 마련...동성애 반대 단체, 축제 철회 1인시위·서명운동" / 조윤화 기자

2018-06-22     취재기자 조윤화

보수적 문화가 뿌리 깊은 대구에서 오는 23일 성 소수자 권리 향상을 위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방 도시 최초로 열리는 성 소수자 문화축제다. 지난 2009년 처음 개최돼 매년 이어오고 있는 퀴어 문화 축제는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국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퀴어문화축제 개최 여부를 두고 매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올해도 역시 동성애 반대 단체가 주도한 축제 반대 서명운동, 축제 반대 1인 시위가 열려 행사 주최 측에서 동성애 반대 단체를 고소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제10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오는 23일 오후 1시부터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제10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연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올해 대구퀴어축제의 슬로건은 ‘Queerful Daegu(퀴어풀 대구)’다. 이는 대구시 슬로건인 ‘Colorful Daegu(컬러풀 대구)’에서 따온 것으로 다양성을 상징한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 꼽히는 대구에서 성적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지역의 시민사회 인권단체와 연대하여 부당함에 맞서고 차별에 저항하며 뚜벅뚜벅 걸어왔다”고 말했다.

행사 주최 측은 23일 오후 4시부터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중앙무대에서 본행사를 시작하고, 오후 5시부터 ‘자긍심 퍼레이드’를 벌일 예정이다. 오후 6시 20분부터는 축제 마지막 순서로 뒤풀이 모임을 연다. 이 밖에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토론회, 사진전, 영화제 등 다양한 전시와 홍보 부스가 운영된다.

또한, 조직위는 퀴어축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스티커, 투명 포토카드, 반다나, 티셔츠 등 기념품을 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올라온 기념품은 목표 금액의 512%에 이르는 1536만여 원의 후원금을 조성했다. 조직위는 후원금 전액을 축제 운영비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제10회 대구퀴어축제 개최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동성애 반대단체들의 반대 시위도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건강한 대구·경북시민협회’를 동성애 반대 단체들은 지난달 5월 28경부터 대구시 중구청 앞, 대구백화점 앞 광장 등에서 퀴어축제개최 반대 1인시위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음란 변태 동성애 축제", "음란변태퀴어는 청소년 에이즈 폭증의 원흉", "동성간 성행위 조장하는 음란변태 퀴어 허가 취소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대구퀴어축제를 비판했다.

한편, 대구퀴어축제 대책 본부는 지난 18일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퀴어축제의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개최반대 퀴어행사 철회하라", "국민 정서 맞지 않는 동성애 축제 허용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대구 퀴어(동성애)행사 반대 서명인 명단'을 대구시청과 중구청 등에 전달했다. 자발적 서명인만 7만 5770명에 달한다는 게 대구 성 소수자 반대대책본부 측의 주장이다.

앞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벌인 단체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직위 측은 지난 7일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앞에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퇴행적 세력에 대한 대구퀴어축제조직위 명예훼손 검찰 고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직위 측은 “건강한 대구·경북시민협회를 비롯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몇몇 단체의 1인시위 및 캠페인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공개적인 멸시·모욕 유형의 혐오표현”이라며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명예를 훼손하였기에 검찰 고소를 진행한다”고 고소 경위를 밝혔다.

대구퀴어축제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국민청원게시판에도 번졌다. 익명의 청원인은 지난 14일 '대구 동성로/서울 시청광장 퀴어행사(동성애축제)개최를 반대합니다'를 제목으로 하는 청원을 게재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0.5%도 안 되는 동성애자들 때문에 왜 이렇게 선량하고 지극히 정상인 일반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동성애자든 정상인이든 이런 변태적이고 외설적인 행사를 해서는 안 되며 그 장소가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광장이나 공원은 더욱 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21일 기준으로 3만 8000여 명의 동참을 끌어냈다.

한편, 대구퀴어축제 조직위는 21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제10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선포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누구도 차별받고 배제 받지 않는 평화로운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될 것을 선언한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행동을 규탄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평등과 존중의 새로운 세상을 위한 첫걸음이 될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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