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 검토 중” 정부 발표에 들끓는 찬반 여론

국가인권위 "12월 세계 인권의 날 맞아 '사형 모라토리움' 발표"...국민 절반 이상 사형제 찬성 / 김민성 기자

2019-06-22     취재기자 김민성
지난 1997년 이후 단 한 번도 집행되지 않았던 사형제가 오는 12월 세계 인권의 날 70주년을 맞아 폐지가 검토된다. 사형제가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우리나라는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사형제 폐지를 검토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찬반 여론이 극명히 갈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12월 12일 ‘세계 인권의 날’에 사형 집행을 중단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어 심상돈 인권위 정책교육국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형 모라토리엄(중단)’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형제 존치국가인 우리나라에는 현재 61명의 사형수가 국내 교정 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재판을 통해 사형이 선고되고 있지만 지난 21년간 실제로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법원의 사형선고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90년대 연평균 23.9건에 달했던 사형선고는 2010년 이후 1.6건으로 줄었다. ‘사형제 존폐’에 대한 찬반 여론은 극명하다. 지난 2017년 11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형을 실제로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가 52.8%로 절반을 넘겼다. 이어 ‘현재처럼 사형제도는 유지하되 집행은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가 32.6%를 차지했다. ‘사형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9.6%였다. 사형제를 유지하려는 대표적 이유는 죄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하면 범죄예방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형제가 유지되고 실제 집행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임채민(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죄질에 비례하는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 씨는 “차마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는 흉악범들은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라며 “최근에도 흉악범죄를 저지른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 대한 1심 사형선고는 당연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사형제 존폐 추진에 대해 “정부 부처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 모든 국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의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박지훈(29, 부산시 북구) 씨는 사형제가 유지된다고 해도 흉악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지난 1997년 사형 집행 이후에도 유영철, 강호순 등 많은 흉악범들이 등장했다”며 “오히려 죄질은 더 비인간적으로 변했다.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은 정말 구태의연한 생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과거 군사 독재 정권에서 사형제가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쓴 것처럼 법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형이 이뤄지면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간의 생명은 누구도 박탈할 수 없는 것”이라고 사견을 털어놨다. 사형제에 관한 여론은 항상 뜨겁다. 국익위의 오는 12월 사형제 존폐 추진 발표는 다시 여론을 들끓게 했다. 김민재(22, 경남 양산시) 씨는 사형제 논쟁에 대해 “허울뿐인 사형제를 법에 남겨야 하느냐 마느냐의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