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후 여야 ’대체복무제’ 입법에 고심

개정안 국회에 3건 계류 중..."병역 회피 수단되지 않도록 복무 형태·기간 조정" / 신예진 기자

2018-06-30     취재기자 신예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은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관련 입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원내 주요 정당들은 헌재 판단을 존중한다는 뜻과 함께 ‘대체복무제’ 마련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각 당의 미묘한 시각차는 존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체복무의 기간과 강도를 적절히 정해 남용을 막자는 데 초점을 뒀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을 고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관련 법안들이 국방위에 이미 제출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수긍하고 환영한다”며 “국방부와 국회는 헌재의 결정대로 조속히 병역법을 개정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체 복무의 기간과 복무 강도를 적절히 정하면 대체복무제의 남용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는 이날 “병역을 회피하는 수단의 하나로 변질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체복무제를 국회가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논의를 통해 남북 분단이라는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을 고려해 국방의무의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대체복무제 도입 병역법 개정안은 모두 3건이다. 민주당 소속의 전해철, 이철희, 박주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3개의 개정안 모두 종교적 신념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심사를 거친 뒤 공익 업무로 군 복무를 대체하게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19대와 이번 20대 국회에서 대체복무역을 만들자는 법안을 냈다. 전 의원은 이날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체복무제가 병역 기피로 악용될 가능성을 막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복무형태나 복무기간을 1.5배로 늘리는 등 실제 군 복무에 비해 월등히 편하거나 수월하지 않다는 사실이 충분히 홍보된다면 많은 이들이 군대를 피하고자 무작정 대체복무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과 같은 맥락으로 국방부도 이날 ”대체복무제가 현역 복무하는 것보다 어려워 상식적으로 병역 기피 수단이 되지 않게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 거부 주장 검증에 대해 “객관적인 종교 관계자들의 확인서나 자술서 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판정하는 기관과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8일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병역법 제5조 1항은 병역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요구하는 ‘대체복무’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헌법 불합치는 법 조항이 위헌이지만 사회적 혼란을 감안해 특정 시점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국회에 오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안을 마련하라고 명시했다. 만약 이 기간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오는 2020년 1월 1일 자로 효력을 잃는다.

다만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입영 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사유 없이 병역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헌재는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다른 공익적 가치와 형량할 때 결코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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