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직원이 공항청사 앞에서 과속해 사람 치다니" 여론 분노

공항 진입로에서 과속하다 택시기사를 치어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김해공항 BMW 사고’를 향한 여론의 분노가 연일 끓어오르고 있다. 더구나 운전자가 공항 지리를 잘 아는 저가 항공사 에어부산 직원으로 드러나자, “운전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10일 낮 12시 50분께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진입도로에서 BMW 승용차를 몰고가다 택시 기사 A(48) 씨를 친 에어부산 직원 정모(34)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사고를 낸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같은 항공사 승무원 B(37) 씨와 공항협력사 직원 C(40) 씨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서 김해공항 사고는 지난 10일 발생했다. 다음날인 1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정 씨는 사고 당일 B 씨와 C 씨를 태우고 자기 소유의 BMW를 몰았다.

공개된 블랙박스에 따르면, 정 씨는 공항 진입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질주한다. 정 씨가 커브길에서도 마치 카레이싱하듯 달리자 동승자들은 “코너 조심, 스톱, 스톱”이라며 다급하게 속도를 줄일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정 씨는 이를 무시하고 끝까지 달리다 결국 공항청사 앞에서 택시 운전사 A 씨를 들이받는다.

당시 택시기사는 국제선 청사 앞에서 승객의 짐을 내려주고 운전석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블랙박스에는 멀리서 달려오는 BMW를 의식한 듯 허겁지겁 뛰어 운전석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이 담겼다. 택시 기사는 사고 충격으로 현재 의식이 없는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을 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정 씨는 "B 씨가 오후 1시 약 2㎞ 떨어진 항공사 사옥에서 승무원 교육이 예정돼 있었는데 10여 분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이라 속도를 높여서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온라인에서는 “사고 발생 후 동승자들이 눈치를 보며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고 충격으로 사고 현장 부근 벤치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목격자 진술과 CCTV 화면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고기록장치 EDR(Event Data Recorder) 등을 분석하고 있다. EDR은 사고 당시 차량 브레이크와 액셀 등 기계장치 작동 여부, 속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경찰은 결과가 나오면 정 씨를 비롯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블랙박스가 처음 공개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부산 김해공항 사고 피해자 가족 글입니다‘라는 게시물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본인이 사고를 당한 택시기사 A 씨의 형이라고 주장했다.

A 씨의 형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그는 “사고 난 동생은 현재 부산대학교 병원 중환자실에 있고 아직 의식이 없다"며 ”어머님과 어린 두 자녀는 이번 사고로 큰 충격을 받아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형편인데 너무나 안타깝고 절망스럽다”며 “가족은 기적을 바라며 뜬눈으로 지내고 있다.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온라인에는 가해자를 향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빗발치고 있다. ‘신상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해공항에서 근무한다는 한 네티즌은 “사고 당시 건물 안에 내가 있었다”며 “동영상을 처음 봤을 때 믿을 수 없이 충격을 받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개념 운전자의 실수가 한 가정을 박살냈다”며 “가해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그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면허를 취소하고 재취득을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공항 도로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항공사 직원이 저렇게 속도를 올리다니 더 괘씸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라고 볼 수 없으니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