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게임에 ‘일제 전범기' 아이템 등장,..."안일한 역사의식" 소비자들 분노

인공지능 플레이어의 이름을 생체실험 ‘731부대’로 설정하기도 / 이준학 기자

2019-07-15     취재기자 이준학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를 형상화한 아이템이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더욱이 해당 게임의 인공지능 플레이어의 이름 중 하나가 ‘731부대’라는 사실이 발견돼 게임 제작사가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강점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배그 모바일)은 ‘비행사 마스크’라는 아이템을 출시했다. 그러나 해당 아이템에는 욱일기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욱일기는 일본군이 세계대전에 사용했던 전범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특히 배그 모바일의 게임 제작사 텐센트가 욱일기의 의미를 잘 아는 중국 게임 회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같은 날, 게임 속 인공지능 봇의 이름이 ‘731부대’로 지정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이는 인기 스트리머 ‘아테나’가 해당 게임의 플레이 화면을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하는 도중 해당 봇이 발견되어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다. 731부대는 2차 대전당시 한국인을 비롯한 중국인 및 몽골인 등을 대상으로 끔찍한 생체실험을 벌였던 일본 군부대의 명칭이다. 대개 인공지능 봇의 이름은 제작사에서 설정하기 때문에 배그 모바일 측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논란에 공식카페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게임사는 공식 사과문을 작성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배그 모바일 측은 사과문을 통해 “논란이 된 아이템은 검수 과정에서 폐기되어야 했지만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았다”며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고,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처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비판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욱일기 등장과 관련한 항의 및 사과를 최초로 요구했던 공식카페의 한 회원이 영문도 모른 채 카페활동 정지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해당 유저는 부당한 제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신의 상황을 인터넷에 알렸고, 이를 접한 많은 네티즌들 또한 제작사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미온적인 문제해결방식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현재 배그 모바일 측은 논란이 된 아이템을 회수, 이미 구매한 유저들에게는 환불을 약속했다. 또한 문제가 된 이름의 봇을 삭제했으며 이번 논란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모든 유저들에게 일정량의 게임머니를 지급했다. 논란이 된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10대와 20대 남성이 주 이용자며, 인기 PC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스마트폰 버전이다. 인기 게임답게 현재 게임 어플리케이션 순위의 상단에 등재되어있다. 15일 기준으로 애플 앱스토어 4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6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 안의 각종 버그와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 등을 방치했다는 의혹 속에 논란이 겹치면서 그 인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전범기로 분류되는 일본의 욱일기는 게임뿐만 아니라 일본 원작의 애니메이션과 만화, 일본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 등 각종 미디어에서 눈에 띄어 매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온·오프라인 등지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전범기 사용 및 노출에 대한 제재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