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피겨 스타 민유라-겜린 커플, 진흙탕 싸움 후 해체
1억 4000만 원 후원금 둘러싸고 갈등...민유라 "겜린, 나태해져...후원금은 겜린 측이 관리"
2019-07-19 취재기자 신예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 조가 팀 해체를 선언했다. 이들은 해체를 두고 각자 SNS에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던 이들의 불화에 국민들은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팀 해체를 처음 언급한 이는 겜린이다. 겜린은 지난 18일 본인의 SNS에 “민유라의 결정으로 지난 3년 간 활동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생각했지만, 함께 하지 못하게 돼 유감”이라며 “한국 귀화 선수로 평창올림픽에 나간 건 영광이었다. 아이스 댄서로서의 여정을 지지해주신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민유라 역시 자신의 SNS에 겜린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게시했다. 민유라는 연습 중단이 겜린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민유라는 “겜린과 새 프로그램을 맞추면서 변화가 있었다”며 “겜린이 너무 나태해져서 지난 2개월 동안 코치님들께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민유라는 이어 “겜린은 지적받을 때마다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계속해서 사전 몸 풀기 없이 링크에 들어왔다”며 “겜린이 이렇게 하면 또 꼴지를 할 테니 그럴 바에는 스케이트를 타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아직 변화가 없어 며칠간 스케이트를 안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팀 해체와 더불어 이들에게 후원된 ‘고펀드미’ 후원금 논란도 불거졌다. 과거 이들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한 훈련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의 후원이 쏟아져 약 1억 4000만 원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두 선수에게 1000달러를 후원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민유라는 후원금 사용처를 모른다고 고백했다. 그는 “겜린 부모님이 (후원 펀딩을) 시작한 거라 후원금을 겜린 부모님이 가지고 있다”며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역시 이들의 주장은 엇갈렸다. 겜린은 “민유라와 그의 부모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민유라의 글을 맞받아쳤다. 겜린은 “양쪽 가족이 합의한 대로 나눠 가졌다”며 "민유라가 주장한 내용은 모두 거짓말이며 그것을 증명할 증거도 있다"라고 분개했다. 그는 “민유라와 그의 부모가 진실보다 자존심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며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 내 명예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두 선수는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문제가 됐던 SNS 글을 삭제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 역시 갑작스런 이들의 불화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증거는 없고 주장만 펼쳐진 상태에서 일방적인 마녀 사냥은 지양하자는 설명이다. 네티즌 A 씨는 “두 명의 주장이 완전 다르다”며 “애먼 사람 잡지 말고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후원금이 문제”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직장인 이모(28) 씨는 “결국 태극기 달고 베이징 올림픽 출전하지 않는다는 뜻 아니냐”라며 “베이징은 안 가고 펀딩으로 모금한 1억 4000만 원은 둘 중 누군가가 가지겠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 사건으로 국가지원 못 받는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 선수가 모금 등을 통해 지원받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혀를 찼다.
한편,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로 참가한 민유라-겜린 조는 18위에 그쳤지만, 프리댄스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한복을 차려입고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에 맞춰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여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