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무슨 이런 일이....” 노회찬 의원, 유서 남긴 뒤 아파트서 투신
드루킹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몰리자 "금품 받았지만 청탁은 없었다" / 이준학 기자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61) 의원이 23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같은 소식에 따른 참담함은 정계에서도 비춰졌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다른 사안에 대해 직접 국민청원에 답변하기로 했던 일정을 취소하고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애도의 뜻을 담은 게시글을 올렸다. 노 의원의 소속 정당인 정의당은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즉각 회의에 나섰다.노 의원은 온라인 여론조작 혐의로 특검수사 중인 ‘드루킹’ 김모(49) 씨로부터 대가성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던 중이었다. 이는 수사를 받던 김모 씨가 노 의원에게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이 있었기 때문. 이에 노 의원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조사를 받게 될 경우 당당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정치자금을 지원받은 자체에 대해서 죄책감을 갖는 등 부담을 느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서울 중부경찰서의 발표에 따르면, 노 의원은 23일 오전 9시 40분 경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쓰러진 채 경비원에게 발견됐다. 경비원은 발견 즉시 경찰에게 알렸지만, 이미 노 의원은 숨진 뒤였다. 현장에서는 노 의원의 유서와 정의당 명함 등의 소지품도 함께 발견됐다. 유서 속에는 “드루킹에게서 돈은 받았지만 불법 청탁과 관련한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의가 끝난 오후, 정의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서의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노 의원은 드루킹 당사자가 주도했던 단체 ‘경제적공진화모임’에게서 4000만 원을 건네받은 사실에 대해 "어떠한 청탁과 대가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며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라고 책임을 통감했다. 유서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드루킹 사건을 담당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도 갑작스런 비보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허 검사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예기치 않은 소식에 침통하다”며 “개인적으로도 존경했던 정치인의 소식에 그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 검사는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는 등 고인과 유가족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의당은 유가족과의 상의 끝에, 정의당장의 형식으로 5일장을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27일이며, 상임장례위원장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맡는다. 부산시 당 사무실을 포함하여 각 시·도 당 사무실에는 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한편, 23일 투신한 노회찬 의원은 노동자 출신 정치인으로서 ‘노동자중심’ 정의당의 현직 원내대표를 맡는 등 진보정치의 길을 걸었다. 노 의원은 고려대 재학시절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관련 업계에서 종사하며 노동운동에 힘쓴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로 정치에 발을 들인 뒤 이날 생을 마감했다.
평소 노 의원을 정치적으로 지지했던 시민 이현규(55, 부산시 사상구) 씨는 “굉장히 안타깝다. 4000만 원의 정치자금으로 논란되는 것이 괴로워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괜찮은 정치인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