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들쭉날쭉’ 정차에 승객들 '우왕좌왕'
버스 제 위치 세우기 운동 '말로만'..."버스 한 번 타기 되게 힘드네"
2016-01-19 취재기자 신민근
부산 시내버스가 차가 쌩쌩 달리는 주행 차선이나 정류소를 벗어난 곳에 정차하여 승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벌어지자, 작년 11월부터 부산 버스운송주합은 ‘버스 정위치 정차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여전히 버스의 정차 위치가 불규칙해서 승하차에 불편하다는 불만을 하소연하고 있다.
버스로 출퇴근하는 선모(50, 부산시 북구 금곡동) 씨는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회사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선 씨가 탈 버스가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을 승하차시키고 버스 정류장을 2m 정도 벗어난 곳에 서 있었다. 버스가 버스정류장을 출발했지만 바로 앞에 있는 건널목 신호에 걸려 곧바로 다시 정차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뛰어 버스문을 두드렸지만, 버스 기사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버스가 정차 구역인 버스 정류장을 ‘준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버스에 탑승하지 못한 그녀는 추위에 떨며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선 씨는 “버스 바퀴가 채 한 바퀴도 돌지 않을 만큼 정류장과 가까운 거리에 버스가 서 있었는데도 버스에 탑승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정모(40.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씨도 버스 승차시 버스의 정차 위치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시장을 본 후 버스 정류장 표지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타려고 하는 버스가 다른 두 대의 버스 뒤에서 진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당연히 표지판이 있는 곳이 정위치라고 알고 있기에 그곳에서 정차하리라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는 표지판과는 상당히 먼 곳에 있는 두 대의 버스 뒤에서 승객들을 하차시켰고,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서로 그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갔다. 당시 아이를 안고 있었던 정 씨는 다른 승객들처럼 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표지판에 그대로 서서 버스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달려온 승객들을 태운 버스는 표지판 앞에서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정류소를 빠져나갔다. 정 씨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다칠 뻔했고, 날씨는 춥고, 버스는 놓치고... 그날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라고 말했다.
버스 정위치 정차하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버스 기사들이 정해진 버스 정차 위치를 잘 지킨다는데도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버스들이 잘 지킨다는 버스 정차 위치가 어디인지를 이번 정위치 정차하기 캠페인의 주체인 부산 버스운송조합에 문의한 결과, 관계자는 시 외곽 소규모 버스정류장은 버스 표지판이 서 있는 부분이 정차 위치고, 번화가에 있는 대규모 버스정류장은 바닥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정차 위치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한 버스가 버스정류장의 정위치(표지판 혹은 파란색 정차구역)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정위치 정차를 지키기 않은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앞서 언급된 선 씨의 경우, 버스가 정류장을 이미 벗어나 멈춤 신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정차 위치를 잘 지킨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산 시청의 대중교통과 담당자는 시빅뉴스의 질의에 대해 버스운송조합 관계자와는 다르게 답했다. 시청 담당자는 버스정류장 범위의 일반적 정의는 정류장 표지판 기준 앞뒤 10m 이내이며, 이 범위 내에서는 버스 승하차가 이루어져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시빅뉴스가 부산시와 버스운송조합의 버스정류장 버스 정차 위치에 대한 견해가 다른 점에 대해 묻자, 시청 담당자는 “도로 상황이나 당시 교통 환경에 따라서, 표지판 10m 내외라는 일반적 정의는 바뀔 수 있습니다”라며 “가능하면, 정류장 10m 이내의 범위에서 승하차가 이루어져도 무관합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버스운송조합 측은 버스 기사들에게 버스정류장 정차 정위치를 명확하게 홍보를 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이 부분을 바로잡을 것을 약속했다. 버스조합 관계자는 버스 기사들에게 교육을 더 철저히 시켜서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스 기사들도 버스 정위치 정차하기 운동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버스 기사인 박모(50,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정위치 정차하기에 대해 받는 교육이 형식적이며 실제로 정위치 정차와 관련하여 민원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처벌의 강도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박 씨는 특히 버스 정위치 정차하기의 최대 방해 요소는 버스정류장에 얌체 주차하는 택시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왜 항상 우리 버스기사들만 단속 대상입니까? 지키라고 강요만 하지 말고 (택시 때문에)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