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침엽수, 백년설, 에머랄드 빛 호수의 명소, 캐나다 조프리 레이크스와 그 안의 미들 레이크 / 심헌용①
/ 부산시 남구 심헌용
작년부터 올초까지 1년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류했다. 워킹 비자를 받아서 직장체험도 했다. 그런 사이 시간이 나면 나는 아름다운 주변 캐나다 명소를 찾아 나섰다. 지난 여름, 벤쿠버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조프리 레이크스(Joffre Lakes) 주립공원은 ‘브리티시 콜럼비아(BC) 주의 작은 로키 산맥’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밴쿠버를 벗어나는 첫 여행지로 하이킹과 캠핑의 장소로 유명한 이곳을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차를 타고 ‘씨 투 스카이(Sea to Sky, 바다에서 하늘까지)’라는 이름의 고속도로를 달리면 조프리 레이크스로 향하게 된다. 이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스키 마니아의 성지 휘슬러(Whistler), 래프팅과 곤돌라로 유명한 스쿼미시(Squamish)를 지나치게 된다. BC 주에서 ‘자동차로 여행하기 좋은 고속도로’에도 뽑혔다는 이 고속도로는 맑은 날씨엔 만년설이 녹아내린 에메랄드 빛 물과 푸른빛의 바다를 지나간다. 나는 운이 나쁘게도 가는 길에 날씨가 흐려서 그 장관을 볼 수 없었다.
여름 휴가철이어서 공원 주차장이 만원일 거란 생각에, 새벽 일찍 출발해서 공원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9시 30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 주차장은 만석이어서 이미 차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아쉬운 대로 주차장 앞 갓길에 주차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때는 잔뜩 찌푸린 하늘이 공원 도착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밝게 갰다. 조프리 레이크스의 밝은 해가 우리 일행을 반기는 듯했다.
조프리 레이크스 주립공원은 '레이크스(Lakes)'란 복수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정 구간마다 만년설이 녹아서 형성된 로우어(Lower) 레이크, 미들(Middle) 레이크, 어퍼(Upper) 레이크의 세 호수로 이뤄져 있다. 주립 공원이 2300m 이상의 높은 산들로 둘러쌓여 있어서 공원 입구에서 4km 거리의 어퍼 레이크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됐다. 첫 번째 로우어 레이크는 공원 입구에서 걸어서 200m밖에 안 됐지만 그 주변 풍경은 남은 두 개의 호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호수 주위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이 우리를 빨리 오라고 부르는 듯했다.
두 번째 구간인 미들 레이크는 공원 입구에서부터 3km 거리에 있는데, 끝없이 가파른 오르막길 때문에 우리 일행은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야했다. 한여름이라 걷는 도중에 수많은 쇠파리들이 달라붙어 하이킹에 방해가 됐다. 그래도 가는 길목마다 보이는 캐나다 북쪽 특유의 침엽수들이 그들만의 환상적인 풍경으로 방문객들의 고단함을 덜어주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하던 길을 한참을 걷다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에메랄드 빛 호수가 들어온다. 그곳이 바로 미들 레이크다. 우리 일행은 나무 사이로 비치는 푸른 호숫빛 을 보자마자 탄성을 내뱉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절로 생각났다. 이 멋진 풍경으로 눈이 호사하는 것이 바로 고생 끝 낙이었던 것이다. 미들 레이크에 오면 다른 호수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북적인다. 그 이유는 미들 레이크에서 방문객들은 휴식 겸 간단히 배를 채우기도 하고 사진 찍기 아주 좋은 명당이 많아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미들 레이크는 구글 검색하면 캐나다의 최고 명소로 가장 많이 나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조프리 레이크스와 그 안의 미들 레이크는 단골 명소로 소개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미들 레이크에 넘치는 인파를 피해 속히 어퍼 레이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큰 폭포를 만났다. 폭포의 굉음은 하이킹에 지친 여행자들에게 힘내라는 응원소리처럼 들렸다.
5km의 험한 산길을 걸어 마침내 도착한 어퍼 레이크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전의 2개 호수를 잊게 만들만큼 경이로웠다. 이미 정상에 도착한 많은 방문객들이 호수에 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도 시원한 호수에 발을 담그며 지친 몸을 달랬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만년설 앞에 펼쳐진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보니 하이킹에 지친 몸이 한순간에 원기를 찾는 듯했다.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돌아가는 길은 몸이 한결 가벼웠다. 각자 눈과 가슴에 레이크와 주변 만년설의 비경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BC 주에서 1년을 체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나는 고민 없이 조프리 레이크라고 말하고 싶다. 밴쿠버에서 씨 투 스카이 고속도로, 그리고 조프리 레이크스는 작은 로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만큼 아름다웠고 경이로웠다. 미래에 캐나다에 돌아간다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은 단연 이곳 조프리 레이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