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속 작은 영국,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주도, 동화같은 도시 빅토리아를 가다 / 심헌용②

/ 부산시 남구 심헌용

2018-08-30     부산시 남구 심헌용

작년 여름, 캐나다 조프리 레이크스 관광에 이어, 이번에는 빅토리아 대학교에서 교환 학생으로 체류했던 친구의 추천으로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주도인 빅토리아를 여행했다.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인 빅토리아는 밴쿠버 아일랜드에 속해있다. 도시 이름 자체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다스렸던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딴 만큼, 곳곳에 그 당시 영국의 건축 양식들이 많이 남아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빅토리아까지 가려면 총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다운타운에서 약 1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브릿지 포트(Bridge Port) 역에 도착한 뒤, 다시 620번 버스를 타면 츠와센(Tsawwassen) 페리보트 터미널에 도착하게 된다. 우리 일행은 새벽부터 벤쿠버를 떠나서 이곳에 오전 8시에 도착했음에도 벌써부터 터미널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에서 1시간 30분간 페리를 타면 빅토리아의 스와츠 베이(Swarts Bay)에 도착하게 된다.

빅토리아의 스와츠 베이에 도착하면, 2층 버스의 윗칸을 선점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서두르는 걸 추천한다. 정류장에서 빅토리아 다운타운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 걸라는데, 2층 버스 윗자리에 오르면 전망 좋은 곳에서 시내로 가는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버사 창 밖 풍경에 넋을 뺏기다보면 어느새 이곳이 18세기 영국인지 캐나다인지 헷갈릴 만큼 이국적인 빅토리아 시에 도착하게 된다.

시내를 걷다보면 먼로스 북스(Munro’s Books) 라는 서점이 보인다. 건물 외양은 영화 <해리포터> 속 다이애건 앨리의 오래된 가게처럼 보인다. 서점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곳은 캐나다의 공상과학 소설가 짐 먼로와 역시 소설가인 부인 앨리스 먼로가 1909년에 은행 건물로 지은 곳을 서점으로 개조해서 연 곳인데, 10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사람들의 발길도 멈추게 만든다. 앨리스 먼로는 20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이라고 하니 더욱 흥미를 끈다. 이곳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서점 중 3위에 올랐던 곳이라 하니 빅토리아에 오면 꼭 와봐야 할 곳 중에 하나다. 건물 내부는 웅장한 외부에 비해선 작았지만 100년 전의 건축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다. 방문한 사람들은 책을 둘러보기보다는 도서관 내부 건축 구조를 둘러보는데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 같다.

 

먼로스 북스를 나와 발걸음을 향한 곳은 빅토리아를 여행하면 지나쳐선 안 되는 브리티시 콜롬비아(BC) 주 의사당이다. 의사당은 고풍스러운 건축 양식을 갖추고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어서 한동안 관광객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평일에만 의사당 내부를 개방해서 주말에 방문한 우리 일행은 아쉽게도 구경할 수 없었다. 의사당 주변 빅토리아 여왕 동상 앞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나이 지긋해 보이는 인도인 관광객들이 동상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이었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갖는 적대적인 인식이 인도인에게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인도인들은 영국에 대한 악감정이 없는 듯했다. 우리로 치면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을 다스린 일왕의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인데, 인도인들은 우리가 갖는 일본에 대한 감정과는 다른 역사적 인식을 영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엔 두 개의 동상이 있는데, 하나는 한국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을 기리는 동상이고, 다른 하나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다.

빅토리아는 캐나다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다. 2층 버스, 수상택시, 페리, 경비행기, 마차, 요트 등 지하철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게 있다. 의사당을 벗어나 다른 곳을 도보로 가려면 시간이 걸리기에, 우리 일행은 경비도 아낄 겸 자전거를 대여해 타고 다니기로 했다.

15분 정도 자전거 페달을 밟으니 수상 가옥으로 유명한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harf)에 도착하다. 입구 근처로 갈수록 알록달록한 색을 입힌 수상가옥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목재가 풍부한 나라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모든 가옥들이 나무로 만들어져 가옥들 사이를 지나다닐 때 나는 목재의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수상 가옥 근처에는 관광지 주변에 흔히 있는 피쉬앤 칩스 음식점과 멕시칸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있다. 아침 일찍부터 여행해 허기진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배를 채우는 곳으로는 적격이다.

아름다운 수상 가옥에 대한 감상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크레이그 다로슈 캐슬(Carigdarroch Castle)로 가는 길에 바다 건너 미국이 보이는 클로버 포인트란 곳이 있다. 여기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저 멀리 보이는 미국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건너 편 미국과 바다의 모양이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보아도 지겹지 않다.

클로버 포인트에서 30분 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도착한 크레이그 다로슈 캐슬은 19세기 초에 지어진 초호화 저택이다. 그 당시 부호였던 로버트 던스뮤어(Robert Dunsmuir)가 세웠는데, 당시 일반 주택들 가격이 600달러 정도였,고 캐슬은 건축비가 무려 50만 달러였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저택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오늘날에는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역사박물관으로 캐슬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없어서 왜 그런가 했더니 건물 입장료가 비싸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건물 외부만 보보는 듯하다. 우리 일행과 같이 비싼 입장료 때문에 건물 외곽을 돌고 있던 노년의 부부를 만나 우리는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빅토리아 여행담을 주고받았다.

크레이그 다로슈 캐슬을 끝으로 우리는 빅토리아 여행을 끝내고 밴쿠버 츠와센행 페리에 몸을 실었다. 당일치기라서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보려고 촉박하게 움직였던 우리와 달리, 다른 관광객들은 여행일정이 긴지 아름다운 건축물 앞 벤치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보였다. 우리는 더 많은 곳을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에 당일치기를 계획한 무모함을 자책했다. 빅토리아 여행은 적어도 2박 3일은 투자해서 한다. 그래야 빅토리아 뿐만 아니라 주변 밴쿠버 아일랜드도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속의 작은 영국, 여유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도시 빅토리아는 캐나다를 여행하는 사람이면 꼭 와봐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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