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eans no” 동의 없는 성관계 처벌 강화 추진에 여론 시끌시끌

찬성 "100번 좋아도 한 번 강요하면 강간" vs 반대 "증거를 남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 신예진 기자

2018-09-03     취재기자 신예진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이를 두고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동의 여부가 강간죄의 기준이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싣는가 하면, 성관계는 증거도 남길 수 없으니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3일 기존 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의 죄’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형법은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간음과 ▲위계·위력을 수단으로 하는 간음 두 가지로 나눈다. 두 경우 모두 피해자가 항거 불능할 정도여야만 처벌을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재판부는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선 후보자이자 상급자인 안 전 지사가 위력은 있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게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하지 않아 강간이 아니라고 봤다.

이 대표는 “그동안 법원은 폭행·협박에 공포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거나 수치심에 구조를 요청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해 강간죄 성립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법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을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에 기존 강간죄를 폭행과 협박 정도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해 처벌하도록 했다. ▲저항이 곤란한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 ▲폭행 · 협박에 의한 강간 ▲명백한 거부 의사 표시에 반한 강간죄 등이다.

이와 동시에 처벌도 강화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의 경우는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이를 1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물리도록 했다.

이 대표는 “강간이 사전적 의미로 동의 없는 강제적 성관계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는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없다”며 “본 법안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죄의 하나로 처벌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철저히 ‘여성 인권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이 법안이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법안 발의에 여론은 뚜렷하게 나뉘어 대립각을 세웠다. 찬성 쪽에 선 네티즌들은 “동의 여부가 강간죄의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법안 발의를 적극 지지했다. 네티즌 A 씨는 “100번 성관계를 맺었어도 하기 싫은데 강요하고 억지로 맺으면 강간, 부부간 성관계에서도 서로 동의하지 않으면 강간”이라며 “동의가 없으면 강간이라는 당연하고 쉬운 것을 왜 모르지?”라고 말했다.

반면, 성관계를 동의한 증거를 남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불만 역시 쇄도했다. 대개 네티즌들은 성관계 동의서, 녹음, 카메라 녹화 등을 언급하며 법안이 비현실적이라 꼬집었다. 네티즌 B 씨는 “서로 동의하에 관계를 맺었는데 여성이 강간이라고 몰아가면 그땐 어쩌란 말인가”라며 “차라리 모텔 앞에 동의서, 녹음기 등을 비치해놓지 그러냐”고 비꼬았다. 그는 “앞으론 관계 시 서로 동의해 관계한다는 공증 서류 만들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성관계를 할 때마다 물어봐야 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이 대표는 선진국의 예를 들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동의가 없다면 성관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상식이 돼야 한다“며 ”이미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여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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