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괴로워"... 젊은층, 취업, 결혼 질문에 스트레스
차라리 피하는 게 상책...귀향 않거나 독서실로 피신하기도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다시 찾아 왔지만, 고향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 취업을 못한 취업준비생, 공부 흐름이 깨질까봐 걱정스러운 공무원 준비생, 결혼은커녕 아직 연애도 못하고 있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바로 그들이다. “취업은 언제 할 거니?”, “결혼할 남자는 있니?” 등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다가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대학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취업 준비를 해온 손병석(29) 씨는 설 당일을 제외한 연휴기간 내내 학교 도서관이나 집 근처 카페에서 이력서를 손질하면서 보냈다. 손 씨는 친척들이 쏟아내는 자신에 대한 걱정이나 기대감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져 차라리 집 밖에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학교도 졸업했고 나이도 많다보니 이제는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이 불편하다”며 “얼른 취업을 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인 방법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후 1년간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김윤종(29) 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에 차례 지낼 때만을 제외하곤 계속 독서실에서 공부하면 보냈다. 며칠 동안 공부를 쉬면, 지금까지 해오던 공부 패턴이 깨지기 때문이다. 친척들이 자식들 얘기를 할 때 자신의 부모님이 위축되거나 속상해하는 모습도 보기 싫은 것도 집을 벗어나려는 이유 중 하나였다. 김 씨는 “친척들이 나만을 배려해서 얘기하고 행동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내 사정을 다 알고 있다면 속속들이 묻기보다는 ‘잘될 거야’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는 게 좋은데, 그렇지 않으니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했다고 해도 결혼 문제가 다가온다.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는 박성원(28) 씨는 최근 1~2년 사이 명절마다 친척들로부터 결혼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결혼 비용을 준비 중이라는 식으로 상황을 간신히 무마했다. 박 씨는 “주위 친구들은 결혼해서 벌써 애도 낳고 잘 살고 있는데, 그런 친구들을 보면 친척들의 얘기도 이해는 된다”며 “하지만 결혼을 하려는 나의 의지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건데 그런 것은 신경 써주지 않아 아쉽고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경남 진주의 한 운송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은혜(28) 씨는 명절마다 친척들이 결혼 계획을 물어보는 바람에 화를 내곤 했다. 그녀는 “남자 친구도 없는데 왜 결혼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직 서른 살도 안됐는데, 앞으로 명절마다 얼마나 달달 볶을지 벌써 걱정"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