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등 보안용 CCTV 앱, '스몰브라더 사회' 만든다

외부서 가게안 실시간 관찰..."늘 감시당하는 불쾌감" 종업원들 스트레스 호소

2015-03-18     취재기자 성하연
대학생 홍효정(23, 부산시 사상구) 씨는 지난 겨울방학 사상구 주례동의 한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저녁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 의자에 앉아 막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외부에 일이 있다며 낮에 외출한 가게 점장이었다. "네, 사장님"하고 응답을 하니 “이제 손님이 없으니까 창문을 닦아라”는 지시가 폰을 통해 들려왔다. 홍씨는 순간 움찔했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점장의 지시대로 창문을 닦은 뒤 선배 알바생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떻게 사장님이 외부에서도 가게 안 사정을 훤하게 들여다 불수 있습니까? 천리안을 가진 것도 아닌네.." 그러자 그 선배는 싱긋이 웃으며 가게 천장에 설치된 CCTV를 손으로 가리켰다. 며칠 뒤 홍 씨는 아침에 본점에서 배달된 빵 종류와 수량에 관해 외부에 있는 점장과 스마트 폰으로 교신하고 있었다. 한참 얘기를 주고받던 순간 문자판에 느닷없이 “손님 나가시니 일단 인사부터 해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점장이 CCTV를 통해 가게 안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홍 씨는 뒷골이 서늘해졌다. 홍 씨는 “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남의 시선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불쾌감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당초 방학기간 계속 그 베이커리에서 알바를 하려 했으나 중도에 그만뒀다. 편의점, 빵집, 음식점 등 접객업소에는 대부분 매장관리용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도난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최근 이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스마트폰 앱이 생겨났다. 업주는 이 앱을 통해 외부에서도 매장 안을 실기간으로 들여 다 보면서 영업 상황을 파악하고 종업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종업원들은 근무시간 내내 업주의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CCTV가 매장의 안전이 아닌, 종업원 감시 용도로 활용되면서 종업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다. 특히 일용직 시간제 근무를 하는 알바생들은 “누가 등 뒤에서 늘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제대로 일할 맛이 안 난다”든가 “이것도 인권침해가 아닌가 싶다”라는 등의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대표작 <1984>는 이른바 ‘빅 브라더’가 가상 국가의 구성원 전체를 감시하는 통제 사회를 그렸다. 최근 소규모 자영업 알바생들 사이에서 이 ‘빅 브라더’를 패러디한 ‘스몰 브라더’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CCTV 앱을 통해 자신들을 감시하는 업주들을 스몰 브라더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박정호(25, 부산시 북구) 씨는 카페에서 알바를 한다. 박 씨는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면 카페 한 구석에 만들어진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스마트폰을 열어 보거나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점장의 감시망을 피해 CCTV 사각지대에 숨어 들어간 것이다. 그는 스스로 ‘스몰브라더스 사회의 난민’으로 자처한다. 부산시 북구에 사는 최다은(21) 씨는 한 스몰비어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그녀가 일했던 매장 CCTV는 사장이 직원들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편히 대화도 못했다. 심지어 최 씨는 하루 6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알고 일을 시작했으나 매번 근무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근했다. 업주가 CCTV로 지켜보면서 손님이 없으면 그만 퇴근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사장님은 CCTV로 보다가 손님 없으면 마감하라고 한다. 그래서 (근무 시간이 줄어 들어) 항상 월급이 내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뭔가 억울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북구의 프렌차이즈 카페 사장 천모(49) 씨는 “매장관리용으로 CCTV를 설치한 것은 맞지만, 직원들이 가끔 복장불량 상태로 일을 하거나, 손님이 있는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 번 보기 시작하니까 나도 모르게 하루에도 수없이 보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알바 노조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감시체계만 운영토록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