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비싸게 팔고, 환불 안 해주고... 일부 여행사 사후 서비스 부실
정규 항공권보다 싸게 판다는 홍보 믿었다 바가지...결제 취소했는데도 멋대로 돈 빼내가기도 / 원영준 기자
부산시 동래구에 사는 이주미(25) 씨는 지난 여름 휴가를 가기 위해 한 여행사의 구매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홍콩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구매대행을 한 여행사보다 항공사의 비행기표 가격이 더 쌌던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바로 여행사에 연락했지만 여행사에서 들은 것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항공권을 구매할 때에는 항공사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여행사들의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몇몇 여행사들의 불친절한 서비스가 많은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여행사는 항공사들의 비행기 표를 대행 판매하는 곳이다. 소비자들이 일일이 여러 여행사들의 사이트에 들어가 항공권 가격을 비교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여러 여행사들의 항공권 가격들을 비교하면 수월하게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지는 대목은 구매 후 서비스다.
한 여행사를 이용했던 김정현(24) 씨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결제가 진행돼 당황했던 경험을 했다. 김 씨는 항공권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미리 자신의 통장 잔고를 확인하지 못해 잔액 부족으로 결제가 취소됐다. 김 씨는 재차 구매를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통장에 추가 입금한 지 2시간 뒤에 항공사로부터 항공권 구매가 완료됐다는 문자가 왔다. 김 씨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알아보니 여행사가 일방적으로 다시 결제를 진행해 돈이 빠져나간 것이었다”고 말했다. 구매가 취소됐는데도 소비자가 재차 결제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업체가 추후에 일방적으로 결제를 진행한다면 소비자의 권익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게 김 씨의 생각. 이런 식이라면 업체가 언제든 소비자의 계좌에서 돈을 빼내갈 가능성도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 김 씨의 걱정이다.
김 씨는 또 외국 소재의 여행사여서 연락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씨는 “여행사가 스페인에 있는 곳이라 이메일 답장이 2일 뒤에 오더라. 하지만 돈이 빠져나간 이유를 설명하기는커녕 결제 취소에 수수료가 붙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터무니없는 수수료에 수수료 없이 환불은 할 수 없는 거냐고 되물었지만 답장이 없었다고 전했다.
대행업체에선 예약 처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에는 예약으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예소민(34) 씨는 여행사 측에서 항공권 결제도 완료됐고 예약도 됐다고 연락을 받아 발권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발권이 되지 않아 항공사에 연락했다. 예 씨는 “항공사에 전화했더니 제 이름으로 된 예약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여행사에 연락했는데 연락을 받지 않더라”고 말했다. 예 씨는 “원래 여행사를 통한 구매는 환불이나 취소가 어렵긴 한데 외국 여행사는 더더욱 어렵다”며 “결국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채 돈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예 씨는 “항공사에 연락해서 사정을 말해도 항공사는 계속 여행사에 문의하셔야 한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운항이나 항공 규정에 관해서는 항공사가 책임과 권한이 있고 여행사는 항공권을 대행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환불이나 취소에 대한 문의는 여행사에만 할 수 있다. 여행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여행사와 항공사의 환불 및 취소 규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항공권을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