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추격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도대체 노인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 최호중
2019-09-26 부산시 연제구 최호중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2008년 2월 21일에 개봉한 후로 10여 년만인 2018년 8월 9일 재개봉했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인 코엔 형제의 12번째 장편영화인 이 작품은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색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에서 200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얻게 된 르웰린 모스와 그 가방을 쫓는 살인마 안톤 시거, 그리고 그 둘을 늙은 보안관 에드 톰 벨이 쫓는 추격영화다. 이 영화는 추격영화이지만 추격 장면은 겉을 싸고 있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알맹이는 따로 있다. 누가 돈 가방을 쟁취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단호한 어조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제목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고 이 영화가 노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제목의 뜻이 이해가 되면서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난 뒤 세 가지가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는 배우들의 역할을 소화해내는 능력이었다. 특히 안톤 쉬거 역을 맡은 하비에르 베르뎀의 연기력은 등장만으로 소름을 돋아내게 했다. 보통 영화에서 표현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는 광기 어린 눈빛과 항상 분노로 가득 찬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안톤 쉬거는 그렇지 않았다. 중저음의 톤으로 차분하게 말하며 표정 변화 없이 살인하는 모습은 보는 내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 자신의 신발에 피가 묻지 않게 하는 모습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 번째는 이 영화에서 배경음악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추격전에서는 빠른 음악을 틀거나 오싹한 느낌의 음악을 틀어 관객들에게 공포감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배경음악을 쓰지 않고 인물들의 발검음 소리, 그림자, 어둠 등이 자주 등장했다. 이는 관객들이 장면에 집중하게 했고 더욱더 쫄깃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늙은 보안관 에드 톰 벨이 다른 인물들과 나눈 대화였다. 에드 톰벨은 안톤 쉬거와 르웰린 모스를 추적하지만, 그들을 만나기는커녕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에드 톰벨의 다른 인물들과의 대화가 안톤 쉬거와 르웰린 모스를 떠올리게 했고 영화의 주제를 유추할 수 있게 도와줬다. 에드 톰벨의 대사 한 줄도 버릴 데가 없었다. 마치 이 영화의 요약 노트 같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바로 늙은 보안관 에드 톰 벨이었다. 그는 거침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 자신의 무기력함을 점점 더 깨닫게 되고 그 모습은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과연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은 그와 얼마나 비슷하고 뭐가 다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