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해지방어 혜택 눈덩이... 모르면 '호갱'

약정기간 끝날 즈음 해지 요구하면 요금할인, 상품권 공세

2015-03-22     취재기자 김영백
대학생 김모(25,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 씨는 이번 달 집에서 쓰는 인터넷 요금 청구서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평소 3만 원대의 요금이 이번 달에 2만 원대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 달, 김 씨는 기존에 이용하던 인터넷 통신사 K사에 “다른 통신사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약정이 끝났으니 인터넷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K사는 재약정을 하면 1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하고 월 사용료를 3000원 할인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는 못이기는 체 이를 수락했다. 그러자 금방 상품권이 배달됐고, 평소보다 정확하게 3000원 줄어든 2만8000여원의 요금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김씨는 “기업 간의 경쟁 덕분에 공돈이 생긴 것 같아 좋다”며 웃으며 말했다.
국내 인터넷 통신사들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다 확보하고 기존의 고객을 타사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선심공세가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고객이탈 방지. 그래서 각 통신사들은 ‘해지방어팀’이라는 별도의 부서를 두고 약정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들을 회유하고 있다. 해지방어팀은 영업팀보다 더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고객들에게 사은품 제공과 큰 폭의 요금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계약기간이 끝날 즈음 이 해지방어팀을 통해 혜택을 받는 가입자를 '해방객(해지방어 고객)'이라 부르는데, 최근 해지방어의 혜택에 관한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해방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해지를 요구했던 직장인 김민아(28, 부산시 북구 구포동) 씨는 10만 원의 상품권과 6000원의 요금을 할인 받았다. 김 씨는 “10년 간 같은 인터넷을 써왔는데 할인 혜택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마디도 없었다”면서 “우연히 해지방어를 알게 되어 해지를 요구했더니, 여러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지방어는 자신의 약정 기간을 정확히 아는 고객들은 혜택을 보게 되지만 모르는 고객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고객들은 해지방어는커녕 오히려 약정 만료 후 받게 되는 기본적인 할인조차 받지 못한다. 인터넷 통신사 L사를 사용하는 주부 김정희(52, 부산시 북구 덕천동) 씨는 지금껏 인터넷을 25요금제(월 요금 2만 5000원)로 사용해왔다. 그러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약정이 끝난 고객은 19요금제(월 요금 1만 9000원)로 변경하여 월 6000원의 인터넷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 씨는 “미리 고지해 주었다면 훨씬 이전부터 받을 수 있는 할인을 이제야 받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방통위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약정 만료 후 고객에게 전화나 문자로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약관에 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 통신사들은 이를 먼저 고객에서 고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보에 어두운 고객들은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약정 할인이나 사은품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인터넷 통신사 관계자는 “결코 의도적으로 약정 기간의 만료를 명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요금고지서를 보면 남은 약정 기간이 나와 있다”고 전했다. 방통위의 제도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객에게 이런 사항을 먼저 고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많은 고객에서 유선으로 고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며 “시스템 개선을 통해 차차 바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