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만원짜리 고등학교 해외 수학여행이 수시 대비 '문화 탐방' 스펙이라고?
100곳이 넘는 학교가 학생 1인당 100만 원 이상 고액 국외여행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에 1인당 100만 원 이상 소요되는 국외여행을 진행한 학교와 건수는 1년 전보다 24개교, 25건 증가했다고 한다. 일부 자율형 사립·특수 목적고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국외여행이 일반고, 또 초중학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6년 국외여행 최고액은 강원도에 있는 공립 B 고교에서 학생 29명이 2016년 8월 미국 9박 10일 역사 문화 탐방비로 1인당 487만 원을 썼다. 세종특별자치시의 C 특목고는 9박 10일 미국 여행에 1인당 477만 원을 걷었다고 한다. 학교 국외여행 경비의 경계선이 국회에서 설정한 400만 원을 가뿐히 넘어 500만 원에 육박했다.
100만 원 이상, 많게는 500만 원 가까이 되는 학교 국외여행 경비를 향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또 고비용 국외여행의 상당수는 지원을 받아 학생 일부만 데리고 가는 식이다. 금전적 이유 등으로 국외여행에 참가하지 못하는 많은 학생은 상처를 받을 것이다. 실제 한 고등학생의 아버지는 “학교에서 주관하는 여행 비용이 웬만한 사립대 한 학기 등록금보다 비싼 수준”이라며 “못 가는 아이들은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비용 국외여행이 줄기는커녕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 원인은 많은 학교·학부모가 국외여행을 원한다는 것이다. 근본적 원인은 대입이다. 2016년 초·중·고교가 다녀온 100만 원 이상 국외여행의 주제는 다양했다. ‘문화 탐방’ ‘해외 대학 탐방’ ‘진로 체험’ ‘봉사’ ‘별 탐사’ ‘외국어 실습’ ‘국제 교류’ 등이 있었다. 이런 명분으로 다녀온 국외여행이 대학 입시에서 스펙이 되어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고 여기는 것이다.
명문대일수록 정시모집보다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는 비율이 높고, 수능시험은 해마다 쉬워지는 와중에 ‘창의적 인재’로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끊임없이 많다. 교과 외에도 사회성이 높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운동부 활동, 학생회, 동아리 등을 끊임없이 하며 봉사 정신이 투철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방글라데시로 가서 우물까지 판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대입을 위한 무분별한 국외여행은 많은 학생·학부모들에게 마음의 멍이 될 뿐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을 빨리 깨닫고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