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주문금액에 배달료까지, '혼밥족'에겐 배달앱은 그림의 떡
최소주문금액 2만 원 선, 수수료로 1000~2000원 선...1인가구주 "이중 부담이라 주문하기 어렵다" 불만 / 이아명 기자
혼자 자취하는 1인 가구주인 홍수경(22, 부산 북구) 씨는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려 해도 망설여진다. 대부분 배달 업체는 1인분 음식 값을 넘는 ‘최소주문금액’ 이상의 음식을 주문하고 거기에 배달료까지 별도로 지불해야 음식을 배달해 주기 때문. 홍 씨는 “배달료만 있다면 음식을 주문시켜 먹겠지만, 최소주문금액까지 있으니 혼자 사는데 음식 주문해서 먹기엔 부담이 된다”며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음식 배달 주문이 힘든 고충을 털어봤다.
1인 가구 시대인 요즘, 혼자서 음식점에 가서 ‘혼밥’하는 불편을 덜어주는 서비스가 배달앱을 통한 배달음식이다. 그러나 배달앱 배달음식에는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료까지 붙어 있어 혼족들의 이용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1인가구주는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앱을 이용해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자기가 사는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의 음식점을 한꺼번에 모아두고 볼 수 있는 배달앱으로 음식 배달 자체는 매우 손쉬워졌다. 하지만 배달앱 대부분이 최소주문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배달 업체의 최소주문금액 기준은 1만 5000원에서 2만 원 선이다. 이 금액은 1인 가구라면 한 끼는 넘고 두 끼에 육박하는 애매한 금액이어서 최소주문금액에 맞춰 혼자 식사를 주문하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최저시급이 오르면서 배달료를 받지 않는 배달 업체를 찾기 힘들게 됐다. 과거에는 음식값에 포함됐던 배달료를 따로 받기 시작한 것. 배달 업체들은 보통 1000~ 2000원 정도의 배달료를 받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배달 업체는 음식은 카드로 결제해도 배달료는 현금으로 따로 받는다.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같은 큰 업체는 배달료를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다른 음식 배달 업체는 여전히 현금으로만 배달료를 받고 있다. 이혜영 씨(24, 부산 사상구) 씨는 “최소주문금액에 맞춰 주문한다고 해도 배달료는 왜 현금으로 줘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배달 업체들이 배달료를 받겠다면 최소주문금액을 없애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료를 현금으로 준비했다가 줘야 하는 불편도 있는데, 꼭 최소주문금액에 맞춰야 주문이 가능한 것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외식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하령(22, 부산 북구) 씨는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혼밥족들을 위한 배달 서비스는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혼자 사는데도 최소주문금액 이상을 넘기기 위해 두 끼를 한꺼번에 시켜 보관해 놓아야 하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만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배달 업체를 이용하는 음식점 자영업자는 인건비와 물가에 맞게 배달료와 최소주문금액 두 가지 조건을 채워야 이윤이 남는다는 것. 또한 배달료를 현금으로 받는 것도 대부분의 배달 업체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게 아니라 타 업체의 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오모(48, 부산 해운대구) 씨는 “인건비가 올라서 배달원을 따로 쓰기엔 무리가 있다. 작은 음식을 배달할 때마다 배달료가 들어가니 한 번 배달할 때 가급적 많은 금액의 음식을 배달해야 수지가 맞는다. 그래서 배달앱 수수료와 이윤을 생각하면 배달료와 최소주문금액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배달앱 서비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은 최소주문금액을 낮출 수 있도록 앱 내에 있는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의 배달팁(배달료) 요금을 네 구간으로 나눈 배달료 정액제를 지난 8월부터 시작했다. 여기서 배민라이더스는 배달의민족 앱 내에 있는 퀵서비스다. 문제는 주문음식 금액이 낮으면 배달료가 최대 3900원까지 올라가고, 주문 음식 금액이 많아지면 배달료가 싸진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기존보다 배달료가 높아진 것 같다”, “최소주문금액을 낮춘다고 해도 배달료를 더 받으니 소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소주문금액이 낮아져도 배달료가 올라가 여전히 혼자서 1인분을 주문하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된다는 것.
소비자와 음식점 사이에 배달앱 업체가 있고, 배달앱체 때문에 배달료와 최소주문금액의 부담이 생겼다고 판단한 일부 음식점 주인들이 최근 배달앱 서비스를 이탈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과거에는 빌딩 사무실이나 아파트 단지에는 중국집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들이 즐비하게 붙었지만 배달앱이 활성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배달앱을 이탈한 음식점들이 다시 사무실과 아파트에 배달앱 없이 자기들 음식점에 소비자가 직접 주문하면 1인분이라도 배달료 없이 과거처럼 배달해 주겠다고 광고하고 나선 것이다.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 구현진(26, 부산 북구) 씨는 “평소 배달앱으로 주문하는 가게가 배달앱 리스트에 없어져서 가게로 전화했더니 배달앱보다 가게 번호로 주문하면 더 금액을 싸게 해준다고 해서 가게 번호로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전문가들은 우버택시나 에어비앤비 숙박업소 앱 서비스가 과거의 오프라인 시스템과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배달앱도 과거의 음식점 직거래 시절에 없던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