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의 수도꼭지는 미감이 넘치는 아름다움이 있다

美~女~文 Amenity, Feminism and Lifeway⑪ / 칼럼니스트 박기철

2018-10-09     칼럼리스트 박기철
다음 글은 <총, 균, 쇠>처럼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정복했던 역사와 달리 생태문명 차원에서 이제 ‘아름답고 여성스럽게 사는 문화’의 제안이다.

예전에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찻길 중간에 놓인 파란 펌프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 벌컥벌 컥 마시는 버스 운전사를 본 적이 있었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오늘 또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알마티보다 훨씬 큰 대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물을 이렇게 마신다는 것은 큰 축복이며 은혜이고 영광이다. 나도 마셨다. 물맛이 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가장 맛없는 물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하고 패러독스한 이율배반(二律背反)의 역설(逆說)이다. 내가 이렇게 물을 사서 마시려면 1유로를 주어야 하며 또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페트병을 버려야 하니 생태적 부담의 발자국을 남기는 짓이다. 하지만 저렇게 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면 나는 돈도 들이지 않고 생태 발자국을 남기지도 않는다. 게다가 나는 지금 저 물이 나오는 꼭지의 미감을 즐기고 있다. 참으로 미려하다. 우리 수도꼭지와 다른 아름다움이 흐른다. 물맛이 나는 디자인이다. 멋지고 아름답다. 이것이 참으로 바람직한 미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