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은 이젠 '노잼', 깔라만시 소주칵테일을 아시나요?"
홍삼 소주, 스크류바주 등 다양한 소주 칵테일 선풍...대학가에서 일종의 놀이문화로 번져 / 김재현 기자
우리나라 폭탄주의 역사는 깊다. 문헌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폭탄주는 1837년경의 술 제조법에 대해 기록한 <양주방>이란 책에 등장하는 ‘혼돈주’라고 한다. 혼돈주는 증류주인 소주와 막걸리를 섞어 마시는 것인데, 지금의 폭탄주와 다르게 둘을 섞은 뒤 오랜 시간 기다려 막걸리의 앙금이 가라앉은 후 위에 떠오른 맑은 술을 마셨다고 기록돼 있다. 혼돈주에서 시작된 폭탄주의 역사는 국민 소주 칵테일 '소맥'을 넘어 최근에는 소주와 음료를 섞은 다양한 ‘소주 칵테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소주 칵테일 중에 건강음료와 술을 섞은 ‘건강음료 소주 칵테일’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단연 핫한 소주 칵테일은 소주에 깔라만시 원액을 섞은 것이다. 깔라만시는 동남아에서 많이 생산되는 열대성 과일로 레몬 30배 정도의 비타민C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구연산, 각종 폴리페놀 등 풍부한 영양소가 들어있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이 같은 효능을 지닌 깔라만시 원액을 소주에 타 먹는 일명 ‘꽐라만시’가 유행이다. 꽐라만시의 레시피는 자유롭다. 소주와 깔라만시를 원하는 비율로 섞어서 먹는데, 취향에 따라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넣기도 한다. 최유진(21, 부산시 다대동) 씨는 “소주의 쓴맛 때문에 소주를 기피하는 분들이 마시기에 좋다”며 “깔라만시의 상큼함과 소주가 섞이면 새로운 세상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꽐라만시 황금비율을 소주, 사이다, 깔라만시 원액의 비율은 ‘1 : 1 : 1/4’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건강음료 소주 칵테일로는 홍초를 넣는 ‘홍초 소주’가 있다. 홍초는 피부미용과 해독 효과로 큰 사랑을 받은 건강음료인데, 지금은 소주 칵테일의 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홍초 소주의 레시피는 간단하다. 홍초와 소주를 1 : 5 비율로 섞으면 완성된다.
홍삼을 섞은 ‘홍삼 소주’도 있다. 홍삼은 면역력 개선, 피로회복, 항산화 작용 등으로 유명하다. ‘홍삼 소주’는 소주 한 잔에 짜먹는 홍삼 스틱을 취향에 맞게 짜 넣은 후 잘 섞어주면 된다. 류지수(23, 부산시 남구) 씨는 “소주의 쓴맛을 홍삼이 잡아줘서 좋다”며 “홍삼 소주를 마시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건강음료 소주 칵테일에 재료는 이 밖에도 다양한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섞은 ‘음료 소주 칵테일’도 있다. 이건 건강보다는 맛을 ‘저격하기’ 위한 소주 칵테일이다. 여기에는 건더기가 있는 포도 음료, 사이다, 소주를 섞은 ‘봉봉주’, 매실 음료, 사이다, 그리고 소주를 섞은 ‘매실주’가 있다. 조라희(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봉봉주나 매실주를 만들 때 소주 1/3병에 음료 캔 하나를 다 넣으면 술이 달콤해져서 훨씬 마시기 편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음료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과 술을 섞은 ‘아이스트림 소주 칵테일’도 있다. 유명한 레시피로는 ‘메로나주’와 ‘스크류바주’가 있다. 둘의 레시피는 비슷하다. 큰 컵에 소주와 사이다를 1:1비율로 섞은 후에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넣고 녹이면 된다. 이 두 술은 달콤한 맛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주업계는 아예 젊은이들의 칵테일 취향을 타겟으로 만든 제품들을 출시했다. GS리테일은 정찬우를 모델로 한 ‘찬우's 꽐라만시’를 내놓았다. 찬우's 꽐라만시는 팩 형태의 제품이다. 소주 한 병에서 소주를 한 잔만 따라낸 후 그 소주병의 빈 공간에 한 팩을 모두 짜 넣으면 깔라만시 소주가 완성된다. 그것을 잔으로 친구들과 나눠 마시면 된다. 뒤이어 좋은데이의 무학소주에서도 ‘좋은데이 깔라만시’를 내놓았다. 즐기는 방법은 내내 찬우‘s 깔라만시와 같다. 좋은데이 깔라만시는 출시 이후 보름 만에 100만 병이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이들이 소주 칵테일에 열광하는 이유는 달콤한 맛이다. 이승용(25, 경남 창원시) 씨는 "소주의 인공적인 맛이 싫어서 이것저것 타먹는다"며 "타먹으면 소주 특유의 향이 줄어들어 맛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주 칵테일의 또 다른 매력은 ‘만드는 재미’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도현(25,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술자리에서 소주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과정이 일종의 놀이 같은 거라고 설명한다. 이 씨는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게 일종의 놀이이기 때문에 만드는 것을 재미로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애주가들은 소주 칵테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김경민(54, 경남 창원시) 씨는 “술을 달콤하게 만들면 맛있어서 자칫 많이 마시게 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주에 음료를 섞다 보니 소주 본연의 맛이 사라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강지원(21, 부산시 남구) 씨는 “소주는 소주만의 깨끗한 맛이 있다. 여기에 홍초나 홍삼 같은 것들을 타면 그것은 소주의 고유한 맛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혁(25, 강원도 춘천시)도 “유명한 꽐라만시를 먹어봤는데 신맛이 나서 입에 맞지 않았다”며 “소주는 그냥 그대로의 맛이 더 좋다”고 말했다.
소주를 이용한 각종 칵테일은 세대를 이어 현재도 진화 중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7080세대들은 “주전자에 소주를 붓고 거기에 오이를 채 썰어 넣어 마시거나, 사과 맛이 나는 음료인 서니텐을 넣어 마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어르신들은 “요즘 소주 도수가 낮아져 70년대의 톡 쏘는 소주 맛이 나지 않아서 소주를 맥주 컵에 반쯤 넣은 다음 땡초를 넣어서 톡 쏘는 맛을 만들어 마신다”는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