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 잊은 시대에 사라지는 빨간 우체통...그속엔 주인 찾아 달라는 분실물만 가득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때, 사람들은 손으로 직접 쓴 편지인 ‘손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전했다. 사람들은 진솔한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빨간 우체통에 넣었고,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답장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 당시 서로 거리가 멀어 연락을 주고받기 어렵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체통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등장하고,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보편화되면서, 거리에는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29일에 작성된 MBC의 <'손편지' 사라진 우체통…'분실물'만 한가득>이라는 뉴스에 따르면, 1993년 5만 7000개였던 전국의 우체통은 1만 3000개만 남았다고 한다. 오늘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편지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굳이 번거롭게 편지를 쓸 필요가 없어졌고, 편지의 개수가 줄어듦에 따라, 편지를 담는 우체통 수도 줄어들고 있다.
우체통 우편물 수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최근 우편물의 대다수는 건강검진 결과, 세금계산서 등 형식적인 내용의 우편이고,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진심 어린 손편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찾기 힘들다. 과거 우체통은 양방향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했지만, 현재 우체통은 외부에서 오는 통보를 받기만 하는 일방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
그러나 우체통 안에는 편지보다 휴대폰, 지갑 등의 분실물이 더 많이 들어차고 있다. MBC 뉴스 내용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우체통에서 발견된 분실물 중 대부분이 카드와 지갑이며, 분실된 현금만 약 20여 억 원이라고 한다. 사실 이 정도면 현재 우체통이 연락을 주고받는 용도가 아닌, 잃어버린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옛 물건을 버리고 새 물건을 찾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소식을 전해주던 빨간 우체통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않은 듯 보인다. 서로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손편지를 주고받았던 그때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억하며, 공중전화와 함께 거리에서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는 우체통에게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