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즐기는 고객을 유혹하라"... 카드사들, '문화 마케팅' 불꽃
공연 입장권 무료 제공등 각종 서비스 내걸어 '호객'...."카드 남용 조장" 비판도 / 차정민 기자
“고객님, 이곳은 현대카드를 소지하신 고객님만 입장 가능하십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를 찾은 김지영(25, 서울 중구) 씨는 이 말을 듣고 당황했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카페처럼 커피를 마시며 책도 읽고 음반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에 김 씨는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찾았지만 현대카드가 있어야 입장 가능하다는 제약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고객들에게만 입장이 하용되는 문화 공간이다. 현대카드가 고객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서울 네 곳에 마련한 문화 공간 중 하나다. 이들 현대카드 문화 공간은 현대카드를 소지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2인까지 동반할 수 있다. 연령 제한이 있어서 만 19세 이상 성인 고객만 입장할 수 있고, 월 8회 이내로 입장 회수가 정해져 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카드업계는 문화 공간이나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감성적인 문화마케팅으로 카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제 신용카드의 용도가 결제 수단을 넘어서 문화공간에 입장할 수 있거나 공연을 볼 수 있는 문화 체험의 수단이 되고 있다.
국내 카드사 중 문화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네 곳의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다. 현대카드는 여행을 주제로 한 ‘트래블 라이브러리’, 음악을 주제로 한 ‘뮤직 라이브러리’, 요리를 주제로 한 ‘쿠킹 라이브러리’, 디자인 서적으로 꽉 차 있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 총 네 가지 콘셉트의 라이브러리를 서울에서 운영 중이다. 여기에는 네 가지 주제에 맞춰 준비된 책, 자료가 있고, 향긋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책은 읽고 싶은 대로 뽑아서 읽으면 되고, 비싸지 않은 커피 값은 고객이 부담한다.
이곳을 찾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이지민(24, 부산 해운대구) 씨는 “라이브러리에 입장하기 위해 얼마 전 현대카드를 만들었다. 이 공간이 분위기 좋고 관심 있는 분야 책도 읽을 수 있어서 입소문이 났다. 부산에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트래블과 쿠킹 라이브러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종로구, 뮤직 라이브러리는 용산구 이태원에서 각각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오픈한 쿠킹 라이브러리의 경우, 라이브러리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이다. 쿠킹 라이브러리는 음식과 요리에 관한 책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이곳에선 단순히 책을 보고 요리 동영상을 보는 것을 넘어서 직접 음식을 만들고 먹을 수도 있다. 현대카드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현대카드 고객들에게 (요리) 맛을 경험하는 새롭고 흥미로운 방법에 불을 지피고자 쿠킹 라이브러리를 선보였다”며 “쿠킹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지친 일상에 새로운 기운을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신한카드도 부산 해운대구 ‘소향씨어터 신한카드 홀’로 문화 마케팅에 나섰다. 카드사 이름을 붙인 이 공연장은 유명 뮤지컬, 콘서트 등 각종 공연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물론 공연장 입장은 모든 시민들에게 오픈되어 있다. 다만, 신한카드로 결제할 경우에는 관람료의 30%를 할인해준다. 김도연(25, 부산 해운대구) 씨는 “카드 고객에게만 이곳에서 하는 모든 공연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어서 저렴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게 문화 마케팅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문화 마케팅은 고객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는 동시에 카드사에게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준다. 소향시어터 신한카드 홀에서 티켓 판매를 담당하는 하우스 어셔 이모(27) 씨는 “공연을 보러 오는 많은 분들이 대부분 신한카드로 관람료 할인 혜택을 받고 오는 편이다. 우리 문화 마케팅이 비교적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도 공연투자 사업과 '하나컬쳐' 등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나카드는 개봉 예정 최신 영화 시사회에 응모할 수 있는 '무비투나잇(Movie Tonight)'.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등 고객 호응이 좋은 뮤지컬 작품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뮤즈 투나잇(Muse Tonight)', 각종 공연 티켓을 1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만원의 써프라이즈' 등 다양한 문화·공연 혜택을 실시 중이다.
최근 신용카드를 이용해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김수진(28, 부산 중구) 씨는 예전엔 카드가 있어도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문화생활을 저렴하게 하기 위해 찾아보던 중 카드사별 문화혜택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카드사 홈페이지를 잘 활용하면 공연티켓 예매 할인과 캐시백 추가 적립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고객들에게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문화를 매개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충성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카드사들이 공연투자부터 공연기획까지 다양한 문화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하나카드의 문화제작 투자사업의 특징은 성장 가능성 있는 문화콘텐츠를 직접 발굴하고 투자해 제작사의 제작능력을 뒷받침하고 당사 고객에게는 차별화된 혜택으로 문화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사들의 문화 마케팅도 일종의 ‘체리피커(cherry picker) 소비자’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체리피커 소비자는 ‘신 포도는 골라내고 맛있는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이란 뜻으로 각종 혜택을 주는 기업의 서비스나 상품을 찾는 알뜰족, 혹은 실속파 소비자를 가리킨다.
하지만 문화 마케팅을 내세워 카드를 억지로 만들게 하는 카드사의 상술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예로 미국형 창고 할인 전문업체 ‘코스트코’가 있다. 이곳은 특정 카드사의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도록 고객을 제한했다. 입구 옆에는 카드를 즉석에서 개설해주는 창구까지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에 신용카드를 여러 개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알뜰파들은 카드 가입이 필요 없는 한국형 창고 할인 전문업체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옮겨가기도 했다.
문화 마케팅도 자칫 소비자의 반발을 불러 올 수도 있다. 대학생 차진영(25, 부산 남구) 씨는 “가끔 하는 문화생활 때문에 일부러 특정 카드를 만들고 싶진 않다. 오히려 카드가 없드라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카드사들은 이런 문화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을까? 카드업계 관계자는 “문화 마케팅은 수익성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힘이 된다. 수익성은 없지만 다른 카드사와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목적으로 꾸준히 문화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를 이용한 마케팅이 카드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