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걸레 청소기 제조사 ‘아너스’ 알고 보니 하청업체 기술 빼돌려 갑질
'핵심 기술' 훔쳐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악용...공정위, 아너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 신예진 기자
2018-10-25 취재기자 신예진
전동 물걸레 청소기로 인기를 끌었던 ㈜아너스가 하청업체의 핵심 기술을 훔쳐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기술자료는 하청업체의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용도로 사용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아너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다. 또 법인 및 관련 임원 3명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아너스는 지난 2016년 11부터 2017년 6월까지 하도급 업체 A 사의 ‘전자회로의 회로도’ 등 기술자료 7건을 빼돌렸다. 이를 하도급 업체의 경쟁업체 8곳에 제공해 유사 부품을 개발하게 했다. A 사가 청소기의 주요부품인 ‘전원제어장치’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벌인 일이었다.
아너스가 빼돌린 기술자료 7건은 ‘전원제어장치’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었다. 전원제어장치는 청소기의 스위치 신호 및 과전류, 과열 등 제품에 발생하는 문제상황을 스스로 분석해 청소기에 전원을 공급하거나 차단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이다. 청소기의 ‘뇌’에 해당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너스는 경쟁업체가 제조한 유사 부품의 샘플을 A 사에 전달했다. 그리고 경쟁 업체의 견적가격 및 세부 원가내역을 이용해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A 사가 납품단가를 인하하게 만들었다. A 사는 7개월 동안 납품단가가 총 20%가량 인하되자 결국 2017년 8월 영업 손실을 우려해 납품을 중단했다. 결국 A 사의 경영 상황은 2017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아너스는 ‘아너스 전동 물걸레청소기’로 주부들의 사랑을 받았다. 청소기 하단에 부착된 2개의 원형 물걸레가 원을 그리며 바닥을 닦는다. 주로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TV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110만 대가 팔렸다. 약 1000억 원 상당에 달한다.
아너스의 갑질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고개를 저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 조짐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며 “자기보다 약한 기업의 기술을 도둑질하고 터무니없는 부품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기업들은 폭삭 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기업이 한국서 살아남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런 기업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며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하청 후려치는 짓은 다 똑같네. 어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A 사가 아너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 사는 아너스의 기술 유용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3배 배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사실관계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에 제공하는 등 피해 업체의 민사 소송 과정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소송 결과 3배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