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편의점에서 판촉용 증정품 빼돌리기 성행
판매원, 알바생들이 임의로 빼돌려...소비자만 애꿎은 피해
경남 김해시에 사는 김현경(27) 씨는 한 마트에서 행사 증정품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일하는 도중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자신들의 지인들이 가게에 와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증정품을 나눠주거나 빼돌리는 모습을 자주 봤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김 씨는 “그런 모습을 보면,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라, 가끔 나도 내 친구들에게 증정품을 하나씩 더 주곤 했다”고 말했다.
요즘 화장품 가게나 마트, 편의점 어디를 가도 증정품 하나 쯤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는 증정품들은 해당 제품 손님 유치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증정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증정품의 질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판매원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회사에서 제공된 증정품에 손을 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종업원들의 증정품 빼돌리기는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빼돌리는 만큼 정작 진짜 소비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한예슬(21,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씨는 같은 가게에서 같은 물품을 샀지만 증정품에서 다른 고객과 차별을 받았다. 한 씨는 생리대를 구입해 증정품 생리대 2개를 추가로 받았지만, 계산하던 중 같은 제품을 산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더 많은 증정품을 받은 것을 보게 된 것이다. 한 씨는 “직원들이 자기들이 아는 사람에게 증정품을 더 많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증정품 차별에 대한 불만은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많은 양의 화장품을 샀지만, 마스크 팩 두 장과 비누밖에 받지 못했다. 원래 받아야할 만큼의 증정품을 다시 받을 수 있느냐”는 글도 있다. 대학생 조재연(21, 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같은 가격으로 같은 물건을 샀는데, 증정품을 다르게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차별을 받을 때면 굉장히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종업원들의 회사 증정품 빼돌리기가 이처럼 성행하는 이유는 증정품 수를 회사에서 계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판촉행사에 제공되는 행사 증정품은 행사 품목 양에 따라 고객들에게 모두 나눠주는 처리되기 때문에, 재고를 남기지 말고 고객들에게 모두 나눠 줘야 한다. 회사나 가게에서 증정품의 재고를 세거나 남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이 탐나는 물건들을 숨겨놓아도 관리자들은 알 수 없다.
화장품 매장의 경우, 매장 측에서 오히려 판매원들에게 증정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하모(22,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S 가게, N 가게, E 가게 등 많은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아르바이트하면서 많은 증정품을 가져와 집에서 사용했다. 매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증정품을 일부러 나눠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품 사용 후기를 직접 써 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 씨는 “그래도 손님들에게 줘야 할 상품을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는 것이 의아했다”며 “필요한 것은 수두룩하게 들고 와서 쓰기도 하지만 좀 꺼림칙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편의점에서는 행사 상품 빼돌리기를 막기 위해,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으면 ‘행사상품입니다’라는 음성 안내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