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 7명의 따뜻한 만찬

2018-10-30     김민남

지난 일요일, 3전4기(三顚四起)의 초선 의원인 제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의정활동, 예산심의, 지역구 관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을 텐데 그런 일로 신경 쓰지 말라고 몇 번이나 사양했지만, 오늘 일요일 저녁 아니고는 선생님을 뵐 수가 없으니 꼭 시간을 내 달라고 '통사정'이다.

그렇게 실랑이 끝에 아담한 중국집에서 만났다. 그가 데리고 온 역시 제자 두 사람과 내가 데리고 간 제자 두 사람, 그리고 우리 부부 등 모두 7 사람이 자리를 같이해서 저녁식사를 했다. 지역구민에게 의정보고하듯이 그간의 의정활동과 예산확보 활동, 또 국회의원으로서의 '철학'을 설명했다. 이렇게까지 대접받을 만큼 스승 노릇을 제대로 한 게 없는데 하면서도 끝까지 경청(傾聽)했다.

참석자 모두 서로 그간의 안부와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들을 나눈 끝에 일어서려고 하는데, 의원 제자가 조금만 더 시간을 내어 달라고 한다. 앞으로 자신의 몸가짐에 대한 '쓴' 말씀들을 부탁했다. 내가 앞서 이 자리가 따뜻했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여섯 사람이 둘러가면서 이름 그대로 서슴없이 쓴 소리 고언(苦言)을 했다. 그는 끝까지 경청하면서 메모까지 하는 걸 나는 옆에서 지켜 봤다. 누군가 절대로 초심(初心)을 잃지 말고 항상 겸손하고 고개 숙이며 먼저 남 얘기에 귀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말 고맙고 값진 자리였고 지금 하신 말씀들을 가슴깊이 새겨 실천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끝으로 꼭 빼놓을 수 없는 말씀이라며 그는 "제 윤준호의 오늘은 전적으로 스승 김민남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이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밤 10시경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선후배와 '스승'과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만찬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아내에게도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이룩한 자신의 영광스러운 오늘을 누구의 닥분이라고 많은 다른 사람 앞에서 공언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6월 어느 당선 인터뷰에서도 이런 말을 한 기억이 겹쳤다. 나도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그 막중한 '스승'의 자세를 되짚어 본다.

지역구민과 다른 누구에게서도 손가락질 받지 않는, 맑고 밝고 일 잘하고, 또 건강한 국회의원의 모습으로 늘 우리 곁에 있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어쩌면 이건 스승이란 사람의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2018년 9월 13일, 묵혜(默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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