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말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고

2015-04-20     부산광역시 동래구 이원영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멀리 떠나지 못할 때면 집에서 가까운 곳을 거닌다. 그렇게 하고도 채워지지 않는 감성을 나는 여행을 다녀온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충족시키곤 한다. 감성이란 사람과 사람이 공감하기에 더없이 좋은 매개다. 시중에는 두 종류의 여행관련 책이 있는데 하나는 여행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기록한 책이고 다른 하나는 저자가 여행하며 경험한 일과 감성을 엮은 책이 다. 내가 올 여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행 정보가 가득한 책을 고르겠지만, 평소에는 여행기와 감성을 담은 책을 선호한다. 나는 타인의 여행 이야기를 보며 설렘을 느끼고, 대리만족하며, 위안을 얻는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이병률의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그가 인도, 루마니아, 벨라루스, 예멘, 칠레,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만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가 직접 찍은 여행지의 사진과 그가 전해 주는 이야기는 꾸밈없이 자연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여행에서 경험한 소소한 일상과 그가 전하고자 하는 감성이 내게 보다 쉽게 와 닿았다. 그가 자유롭게 떠난 곳에서 겪은 일들이 있는 그대로 내게 전해졌다.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까지, 그들은 저마다의 인생을 사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국 사람들의 다른 모습과 문화 이면에 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나는 그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조차 결국은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로 그려 냈다. 그가 엮어 낸 여행기는 화려하지 않았고, 평범했으며, 잔잔한 물결과도 같았다. 나는 책을 읽고 난 후 그가 왜 자신을 “멀리 떠나서야 겨우 마음이 편한 사람, 바람 많은 날이면 펄펄 더 자유로울 수 있으니 다행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는지 알게 됐다. 그는 “마음속에 빈 새장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안에 뭔가를 담게 된다”고 말한다.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하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 안에 있는 새장은 뭔가로 채워졌다 비워졌다를 반복한다. 내 안에 무엇을 채우고 간직할 것인가, 혹은 무엇을 버릴 것인가 하는 물음은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