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나는 북미 서부권에서 가장 큰 퀴어문화축제인 밴쿠버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구경할 기회를 가졌다. 국민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민자의 나라답게 남녀노소 다함께 축제를 즐기고, 경찰, 은행, 그리고 기업들도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곳에선 행진 중 동성 간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행사 부스에서 남녀의 성기를 본뜬 과자, 섹스 토이 등을 판매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우리나라 퀴어문화축제에서 행해진 것들이다. 도대체 이것이 퀴어 인권 증진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단기간에 2017년 기준 GDP 세계 12위의 선진국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다. 급속도로 경제가 성장한 만큼 경제 수준을 제외하곤 근로 환경, 복지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아직 낮은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성애 인권도 마찬가지다. 한국 갤럽의 2017년 동성 결혼, 동성애에 대한 여론 조사를 보면, ‘동성 결혼 법적허용’에 대해 20대만 찬성(66%)이 반대(29%)를 앞섰고,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반대가 앞섰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반대가 70%를 넘어 세대 간 인식 차가 두드러졌다. ‘동성애가 사랑의 한 형태다’라고 한 문항에서도 20대의 80%가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그렇지 않다’의 비율이 높아졌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퀴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보수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작년 19대 대선 때,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대선에서 동성애가 화두가 됐을 만큼 우리의 동성애 인식에 대한 개선은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 퀴어문화축제 운영진들은 이 점을 알아두고 동성애 인권을 외쳐야한다.
또한, 선정적인 물품들을 팔아 후원금을 모을 것이 아니라 동성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역사 등을 소개하는 글이나 책을 파는 것이 그들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축제에서 해왔던 것들이 해외 선진국에서 이미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 한때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했던 미국도 지금의 동성혼 합헌에 이르기까지 50년이 넘게 걸렸으며, 트럼프 집권 이후 다시 갈등이 생기고 있다.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성문화에 대한 인식이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중장년층에게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한다면 갈등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